“이 세상에 근심된 일이 많고 참 평안을 몰랐구나. 내 주 예수 날 오라 부르시니 곧 평안히 쉬리로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원장 나종선)에 찬양이 울려 퍼졌다.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사랑의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이곳의 월요예배 현장에서다.
섬김은 희생 아닌 특권
찬양은 사랑의교회 찬양봉사팀 ‘쉐키나 레이디스’가 맡았다. 이날 일일 봉사자로 참여한 인턴기자는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라 간이 검사를 받은 뒤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다.
‘2월의 좋은 돌봄 캠페인: 어르신에게 눈높이를 맞춥니다.’ 예배 장소 기둥에 붙어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문구에 쓰인 대로 한 어르신 곁에 앉아 주름진 손을 잡고 눈을 맞췄다. 바로 앞에는 빨간 뜨개모자를 쓴 어르신이 찬양에 맞춰 양팔을 들었다. 요양센터 원목 이강일(62) 목사는 한 어르신을 가리키며 “의식이 없던 분이 이제는 찬양에 이렇게 반응을 하신다”며 “이곳에 있으면 이런 기적을 종종 경험한다”고 귀띔했다.
이 목사는 “섬김은 희생이 아닌 특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매일 아침 7시40분부터 세 시간 동안 52개 방을 돌며 어르신 200명을 심방한다. 예배를 드리는 월요일은 오전 10시4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찬양봉사팀과 한 층 전체를 둘러본다. 첫째 주는 1층, 둘째 주는 2층을 돌아보는 식이다. 이때는 주로 일어나지 못하는 와상 환자를 찾아가 위로한다. 기독교인에게는 찬양과 기도를 해 주고 신앙이 없는 경우 동요를 불러주며 안부를 묻는다.
예배 드릴 수 있어 너무 기뻐
“우리 아들이야, 아들.” 이 목사가 1층 병실 방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그를 ‘아들’이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마다 종교와 이름, 입소일, 주의사항 등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 ‘무교’라 적혀 있던 조모(87) 어르신은 이 목사를 보자마자 안색이 밝아졌다. 그는 “목사님이 참 잘해준다. 매일 아침 오시지 않느냐”며 반색했다. 다른 와상 어르신보다 거동이 쉬운 조 어르신은 찬양팀을 따라 복도까지 나와 배웅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을 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목사는 심방이 끝난 후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따로 방문해 상담한다. 이날도 그는 1층을 돌아본 후 일부 어르신이 모인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방에 들어선 이 목사가 한 노인 손을 잡고 “고향이 어디시냐”고 묻자 ‘충북 청원군 방일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목사가 그에게 “어머니, 방일면이요? 북일면이라면서”라고 하자 어르신은 고개를 저으며 “방일면 24번지”라고 외쳤다. ‘북일면 69번지’라고 정정했으나 어르신은 강경했다. ‘방일면 24번지’는 지도에 없지만 결국 이 목사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이고 방을 나섰다.
오전 심방이 끝나고 말벗이 돼 드리기 위해 육경진(85) 어르신 방을 찾았다. 연노랑 조끼에 머리띠를 한 그는 모태신앙인으로 서울 소망교회를 오래 다녔다고 했다. 2021년 센터에 들어온 그는 일반 병원에 있을 때보다 요양센터가 훨씬 좋다며 “목사님과 예배가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는 “집이나 병원에만 있으면 공동생활을 할 수가 없다”며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봉사팀이 와서 찬양도 불러 준다. 찬양 부를 때마다 기쁨이 충만하다”고 말했다.
요양원 사역 영상, 보호자들과 공유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에 이런 목회적 돌봄이 시작된 건 지난해 3월, 이 목사 부임 후였다. 그전엔 예배를 드리는 게 쉽지 않았다. 팬데믹으로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면서 종교활동 프로그램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목자의 심정’과 ‘자녀의 마음’으로 사역에 임한다고 했다. 그는 사역 과정을 매번 영상으로 남겨 보호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보낸다. 요양원 사역에 대한 이해를 돕고 어르신 소식도 알리기 위해서다. 한 달에 50시간씩 초과 근무를 한 적도 있다는 그는 “어르신 섬김을 노동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글·사진=최하은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