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전직 용인시장 등에게 200억원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대형 민간투자사업의 수요예측 실패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물은 첫 법원 판결이다. 무분별한 민자사업 추진으로 인한 혈세 낭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는 14일 용인경전철 주민소송단이 낸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주민들이 소송을 낸지 약 11년 만의 판결이다. 재판부는 현 용인시장이 214억여원을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에게 청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214억여원 중 42억여원의 연대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용인시장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60일 안에 이 전 시장 등에게 배상금 지급을 청구해야 한다. 배상금을 실제로 받게 되면 시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용인경전철은 1995년 민간투자사업 형태로 추진됐다. 용인시는 이 전 시장 재임 중이었던 2004년 최소수입 보장 약정 협약을 사업시행자와 체결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사업타당성 검토를 토대로 이뤄졌다. 하지만 과도한 수요예측 탓에 용인시는 2013~2022년 사업시행자에게 약 4293억원을 지급했다. 2043년까지 1조원 이상을 더 줘야 한다.
용인 시민들은 2013년 10월 “용인시장이 이 전 시장,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며 주민소송을 냈다.
하급심은 주민소송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주민소송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이 수요예측 타당성을 검토하려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연구원들도 용인시에 손해를 입힌 과실이 인정됐다. 다만 전문가가 아닌 이 전 시장이 예측을 신뢰한 사정 등을 고려해 책임비율을 5%로 제한했고, 용인시 손해액 4293억원 중 214억여원을 배상금으로 인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지자체장이 중대 과실로 지자체에 손해를 입힌 경우 임기가 끝난 후에도 주민소송으로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소송을 대리한 현근택 변호사는 “지자체장은 물론 용역사(한국교통연구원)도 예산 낭비 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용인시는 “판결문을 검토한 후 재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