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일주일 동안 예정돼 있던 독일·덴마크 순방을 14일 전격 연기했다. 상대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순방을 미루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또 출국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서 순방 연기가 발표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대통령실은 순방 일정을 연기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총선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민생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대통령실은 방문 예정국이었던 독일·덴마크 측과 조율을 거쳐 순방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순방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이전에도 여러 사정으로 윤 대통령의 순방이 비공개적으로 취소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순방 연기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순방 순연 결정에 총선 민심 등이 고려됐느냐’는 질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 예고, 잇따른 북한의 군사도발 상황 등이 순방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총선이 56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14일 기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잦은 순방’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도 순방 연기의 이유 중 하나라는 해석도 있다.
김 여사 문제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순방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 여사의 동행 여부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끌 상황이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동행하는 경우에도, 또 동행하지 않는 경우에도 민주당의 공격 소재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순방으로 인해 윤 대통령의 민생 챙기기 행보가 끊어지는 게 좋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머물게 된 윤 대통령은 민생 행보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민생 행보가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다.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민생토론회’를 매주 개최했고, 설 연휴 이후부터는 개최 지역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 중이다. 윤 대통령은 10차례의 민생토론회를 서울·경기 지역에서 열었지만 지난 13일 11차 민생토론회는 부산에서 주재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