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에 발목 잡힌 이마트, 사상 첫 469억 영업적자

입력 2024-02-15 04:03 수정 2024-02-15 14:49
이마트가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연간 적자는 2011년 이마트 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부진한 실적이 공개되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초부터 어두운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정 부회장의 과격한 소셜미디어 활동에 제동이 걸릴 것인지 주목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조4722억원,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0.5%가량 증가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그럼에도 사상 첫 적자를 낸 것에 대해 부진한 경영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트 적자에 이유가 있긴 하다.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 막대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공사 원가 상승 등에 따른 분양실적 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본업인 이마트의 별도 기준 연간 매출은 16조550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88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1.1%에 불과하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 침체와 물가 상승 억제에 동참한 측면도 있으나 경영효율성 등을 높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마트가 3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G마켓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321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 실적이 공개되자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활동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말에만 전세계 30개 한정 제작된 1만1000유로(약 1583만원)짜리 의자 구매 인증샷, 미국 톱 모델과의 셀카 등을 공개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해 “실적이 부진한데 한가하다”는 비판 보도가 이어지자 비속어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써가며 반박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개인 활동이라지만 대형 유통업체 수장이 잠재적 소비자를 상대로 비속어를 쓰거나 적대감을 드러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소비자와 주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데 소통도 좋지만 여러 행보가 가볍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