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서버 맡기세요”… 데이터센터 사업 나선 건설사들

입력 2024-02-15 04:03

데이터센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건설사 간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다수 인프라 시공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센터 사업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역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 ‘데이터빈’과 협업해 데이터센터 필수 설비인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한 곳에 두고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유통하는 시설이다.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먹는 만큼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전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물산과 데이터빈이 국산화에 성공한 냉각 시스템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서버를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방식이다. 공기나 물을 사용하는 기존 냉각 방식보다 효율이 높고 전력소비는 낮다.

삼성물산은 이번 기술 확보로 설계부터 시공, 장비 공급, 핵심 인프라 설치까지 데이터센터 일괄 구축이 가능해졌다. 향후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 등 밸류체인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DL이앤씨를 핵심 계열사로 둔 DL그룹 지주사 대림은 지난달 말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의 첫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를 시작하며 사업을 본궤도에 올렸다.

대림은 2021년 호주 ‘DCI 데이터센터’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대림은 사업 기획부터 부지 선정과 매입, 인허가, 자금 조달 등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했다.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대림 관계자는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은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장기적인 임대차 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국내외 IT기업의 데이터센터 수요는 물론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의 한국 진출이 늘면서 관련 시장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GS건설은 지난달 24일 경기 안양 동안구 호계동에 ‘에포크 안양 센터’를 준공하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10번째 데이터센터 실적을 확보했다. 에포크 안양 센터는 GS건설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디벨로퍼로서 데이터센터 투자부터 개발·운영까지 모두 참여한 사업이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 시장성에 관심을 갖고 기존의 다수 시공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 임대, 운영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을 신사업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성장시켜왔다”며 “이번 에포크 안양 센터 준공을 통해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까지 사업을 확장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아일랜드에 구축되는 신규 데이터센터에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공급하기로 했다. 한양은 전남 해남 민관협력 개발 기업도시 ‘솔라시도’에 1GW급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