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은행권 주담대 1월에만 4조9000억↑

입력 2024-02-15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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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가계대출 증가 행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5조원 가까이 늘며 1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2024년 1월 가계대출 동향’에서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8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월(2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소폭 확대됐으며,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증가세다.

1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4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월(3조1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가 4조9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5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주담대는 전월(5조1000억원) 대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1월 기준으로 2021년 1월(5조원) 다음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었다. 은행권 주담대 중 정책모기지는 1조4000억원 줄어 전월(-2000억원) 대비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반면 일반 개별 주담대는 1조8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크게 뛰었다.


주담대 증가 배경으로는 대출금리 하락이 꼽힌다. 원지환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계절 요인 등으로 1월 대출 증가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으로 주담대 금리가 내린 영향이 증가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의 축소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원 차장은 “2~3개월 전의 주택거래 감소 영향이 점차 나타나면서 주담대 증가 폭은 소폭 축소됐다”며 “지난해 하반기 축소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도 “1월 가계대출은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3조8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이나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이 가계대출 증가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환대출은 새로운 대출 한도가 기존 대출 금액 이내로 제한되고 있으며, 신생아 특례대출도 기존 대출의 갈아타기가 많았기 때문에 아직 대출 총액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 인하 경쟁을 벌일 경우 향후 가계대출 증가를 자극할 수 있다. 원 차장은 “은행들이 시장점유율에 대해 받는 압력이 워낙 높은 만큼 개별 상품의 금리 인하 경쟁까지 과열되는 상황”이라며 “그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반등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2050건으로 전월 1839건보다 11.5% 늘었다. 통상 주택 거래량은 집계 후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 수요에 반영된다. 원 차장은 “아파트 매매량 증가세가 추세적인 흐름인지, 일시적인 것인지 파악하기에는 시점상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