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을 이틀 앞둔 14일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쏜 건 올해 들어 다섯 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우리 군은 오전 9시쯤 원산 동북방 해상에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 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북한의 추가 징후와 활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순항미사일의 정확한 발사 지점과 시점, 지상·수중 발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원산 동북쪽에는 함경남도 신포시 북한 잠수함기지가 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신포시 일대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인 불화살-3-31형 두 발을 쐈다고 발표했었다. 북한 관영 매체는 당시 순항미사일이 수면 위로 비스듬히 부상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북한은 아직 잠수함에서 SLCM을 쏠 기술은 없어서 지난달 수중 바지선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산 동북쪽 해상에서 발견된 순항미사일도 비슷한 시험발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동해뿐 아니라 서해에서도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 24일 불화살-3-31형, 30일 ‘화살-2형’에 이어 지난 2일 불화살-3-31형을 서해상으로 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다섯 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짧은 기간 여러 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미사일 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타격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이 한반도 근해로 전개하는 미국 항모나 요코하마 주일미군을 타격할 수단으로 순항미사일을 집중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날아가는 속도는 느리지만 저고도에서 회피 기동할 수 있어 탐지와 요격이 쉽지 않다. 특히 전술핵 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이나 추후 개발할 핵추진 잠수함의 수직발사관(VLS)에서 SLCM을 쏘면 요격하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북한이 시험발사 결과를 개발에 반영할 수 없을 만큼 연속적으로 순항미사일을 쏘는 건 러시아 무기 수출을 노린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러시아 군사 지원을 위해 순항미사일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 있다”며 “북한 순항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전선의 패트리엇 방공 능력을 소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