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시즌 프로농구 순위 경쟁이 일찌감치 정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국제대회 예선 때문에 리그가 휴식기를 앞둔 상황에서 ‘고춧가루 부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원주 DB는 14일 기준 33승 10패로 리그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하는 데 필요한 매직 넘버는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열린 12경기에서 8승(4패)을 수확하며 다른 상위권 팀들과 간격을 더 벌렸다.
전날 열린 3위 서울 SK와의 맞대결에서 거둔 승리가 특히 값졌다. 19분 넘게 뛰며 13득점을 올린 제프 위디 덕에 1옵션 디드릭 로슨의 체력을 아끼면서도 82대 68 낙승을 거뒀다. 양 팀의 격차는 7경기가 됐다.
패리스 배스를 앞세운 수원 KT가 그나마 위협적이지만 칼자루는 여전히 DB 손에 있다. DB가 남은 11경기에서 5승만 추가해도 KT가 역전하려면 잔여 경기에서 75% 넘는 승률을 기록해야 한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의 면면도 굳어지는 수순이다. 6위 울산 현대모비스는 이날 전까지 4연승을 달렸다. 한국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구단 통산 800승을 달성한 데 이어 겹경사를 누렸다. 최근 3연패 수렁에 빠진 7위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대조됐다. 3라운드 종료 시까지 3경기였던 6·7위 간 승차는 7.5경기까지 벌어졌다.
하위권 팀들은 이미 ‘고춧가루 부대’로 변모했다. 이미 산술적으로 봄 농구 가능성이 사라진 서울 삼성이 대표적이다. 김효범 감독대행 체제가 자리 잡은 삼성은 이달 들어 4승(2패)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올해 1월 도합 3승을 거뒀는데 부쩍 경기력을 끌어올린 결과 6경기 만에 이를 넘어섰다. 창원 LG와 부산 KCC가 이달 초 연달아 삼성에 덜미를 잡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