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대를 기록하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금 무너졌다.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전환 예상 시점을 5월에서 6월로 늦추고 있다.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고, 코스피도 하락 마감했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1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2.9%를 넘어섰고, 8개월 연속 3%대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월보다 0.4% 올라 8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물가와 주거비가 각각 0.7%, 0.6% 상승해 앞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을 보탰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시점을 기존 5월에서 6월로 바꿔 잡았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을 6월로 늦추면서 올해 인하 횟수도 4회에서 3회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도 연준이 6월까지 정책 전환을 보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중 인하 폭 전망도 100bp(1bp=0.01% 포인트)에서 75bp로 낮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은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33%로 낮게 전망했다.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거래일 만에 5000선 아래로 떨어져 1.4% 하락 마감했고 나스닥지수는 1.8%,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4% 내렸다. 하락 장세 속에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아마존을 제치고 시총 4위로 올라섰다. 종가 기준 엔비디아의 시총은 1조7816억 달러(약 2381조원)로, 아마존 시총 1조7517억 달러를 넘었다.
14일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 내린 2620.4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1%대 약세로 출발했지만 개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반등해 0.96% 상승 마감했다.
달러화 강세에 주요국 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로 오르자 일본 정부는 과도한 엔화 약세를 경계하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도 7.3원 오른 133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