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으로 살기 매우 어려운 시대… 하나님만 붙들고 신실하게 살 기회이기도”

입력 2024-02-16 03:05
‘마침내, 교회가 희망이다’ 저자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3월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린 사경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복있는사람 제공

작금의 한국교회를 놓고 고민하는 기독교인이라면 이 제목을 본 뒤 책장을 넘기지 않을 재간이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 위기를 분석하고 비관적 미래를 예견하는 책은 쏟아지지만 현 상황에서 희망을 찾는 시도는 꽤 드물다. 이런 가운데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라고 단언하는 책이라니.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교회가 희망’이라고 해서 우리 사회에 교회가 공헌한 역사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이 주로 담겼으리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책은 철저히 예배·섬김·습관·성품 등 기독교의 기초에 초점을 맞춘다. 기독교인이 기본기부터 바로 설 때 ‘한국교회의 봄’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책은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장로회신학대 사경회에서 전한 주제설교 5편을 새롭게 엮은 것이다. 예비 목회자인 신대원생을 겨냥한 설교이지만 한국교회와 사회, 성경을 둘러싼 역사와 철학을 두루 다뤄 성도 역시 참고할 점이 적잖다.

신약학과 초기 기독교문학 전공으로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인 만큼 책에는 한국교회가 초대교회에서 배워야 할 지점이 상세히 담겼다. 저자가 초대교회를 전범(典範)으로 제시한 건 당시 사회적 배경이 현 상황과 유사해서다. ‘사회적 소수자’에 가까웠던 그리스도인이 다원화된 로마제국을 뒤흔들 수 있던 건 ‘오직 예수’에 소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 등 제국의 혜택에만 목말라했던 대다수와 차별화된 지점이다. 이들이 당대 상식과 달리 여성과 아이를 존중하고 전염병자를 가까이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로마 시대를 ‘소망과 소망의 전쟁터’라고 표현한 저자는 지금의 한국교회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소유와 쾌락, 성공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예배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소망의 전쟁에서 초대교인은 ‘그리스도의 소망’을 품었기에 ‘역사의 승자’로 기록됐다. 저자가 “지금이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매우 어려운 시대임은 맞는다”면서도 “성경이 증언하는 역동적 신앙, 미약하지만 하나님만 붙들고 신실하게 사는 신앙을 살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한국교회 쇠퇴를 무슨 수로 막겠느냐며 자조하는 이들에겐 “특별한 묘수가 필요 없다”고 답한다. 교회는 그 존재 자체가 ‘세상의 빛’(마 5:14)이다. 교회가 교회답게 우리 사회에서 존재한다면 쇠퇴나 위기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살아계신 하나님은 여전히 교회로 일하신다’는 확신도 중요하다. 저자는 “모세와 바울, 소위 ‘스타 목사’는 사라질지라도 하나님의 능력은 여전하다. 지금도 주님이 교회를 통해 세상이 줄 수 없는 위로와 평안을 공급하실 것을 믿자”고 권한다.

“역사적 성공의 절반은 죽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해 ‘위기에서 기회가 난다’는 동서고금의 지혜를 상기시킨다. “찬란한 역사를 이룬 나라도 처음엔 위기에서 출발했듯 교회 역시 죽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사역이 시작될 수 있음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성경이 언급한 교회의 가능성, 수많은 역사적 선례…. 이들을 소개한 후 저자는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느냐’는 질문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이 때문에 아파하며 여전히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라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 자체가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리스도인이 모인 교회가 삶이 버거운 한 사람에게 희망이 돼 준다면 그 교회는 이미 ‘세상의 희망’이란 게 저자의 믿음이다.

읽다 보면 “‘하나님께 속한 한국교회’란 자부심을 품고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신앙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는 저자의 말이 피부로 와닿는다. ‘사역·비전의 우상화’ ‘교권 맹신’을 멀리하고 경청하며 부지런히 공부하는 목회자가 될 것을 주문하는 저자에게서 후배를 향한 애정도 느껴진다. 찬양곡 가사처럼 한국교회의 희망은 ‘나로부터 시작되리’란 마음을 가진다면 지금의 위기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