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 의약학전문관. 메가스터디가 긴급 개최한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판도 분석 설명회’에 인파가 쏟아졌다. 100여명을 수용하는 강의실 5곳이 빈 좌석 없이 가득 찼다. 이날 입시설명회 신청자는 1000명을 훌쩍 넘었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 명 증원 계획을 발표하자 의대 진학의 꿈을 안고 수험생과 학부모가 몰려든 것이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늘어난 의대 합격 기회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지방대 수의학과 학생 배모(22)씨는 수능에 재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의대 진학이 목표였다는 배씨는 “휴학했다가 학과 과정이 꼬일까봐 걱정”이라며 “의대 입시에 올인할지 말지를 따져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강연자로 나선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입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증권사 임원도 시험을 준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메가스터디에 따르면 올해 합격한 대학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학원에 다시 등록한 학생도 많다고 한다.
설명회장 곳곳에선 이공계열 대학생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연세대 공대에 재학 중인 서모(22)씨도 올해 수능을 다시 치기로 했다. 서씨는 “애초 목표가 메이저 의대에 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A씨는 아들 대신 설명회장을 찾았다. A씨의 아들은 올해 서울 상위권 대학 공대에 합격했지만 ‘반수’를 할 계획이다. A씨는 “아들 친구들도 모두 대학에 합격했는데 반수를 결정했다”며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최상위권이 의대로 빠지고, 그 빈자리 때문에 연쇄적으로 명문대 공대 등 입결(합격점수)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의대를 노릴 정도로 성적이 높지 않더라도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할 가능성이 커지니 수능을 다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투명한 입시 판도 탓에 혼란스러워하는 학부모나 수험생도 많았다. 고3 아들을 둔 50대 B씨는 “같은 직장에 다니는 20대 후배들도 농담 삼아 의대를 노리고 수능을 다시 보겠다고 얘기할 정도다. 수능 재진입이 많아지면서 의대 입학 경쟁률이 도리어 높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백지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감지됐다. 부모님과 함께 입시설명회를 찾은 고2 학생 유모(18)양은 “증원이 완전히 확정된 것도 아닌 데다 대학별 정원이 구체적으로 몇 명 늘어나는지도 모르니 아직 체감이 안 된다”며 “결국은 수능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도 “의사 반발 움직임을 보면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이 엎어질지도 몰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입시학원 측은 정부 방침이 실제로 수험생에게 기회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대 정원이 늘더라도 여전히 의대 입시는 쉽지 않고 경쟁만 더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남 소장은 “내 꿈은 의대라는 생각만으로 모험적으로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