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 3000만원… ‘사건브로커’ 수사·인사 청탁 확인

입력 2024-02-15 04:01

지난해부터 광주·전남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명 ‘사건 브로커’의 인사청탁·수사무마 의혹이 실체를 드러냈다. 과거 파출소장으로 통하던 ‘경위’ 계급부터 승진하려면 금품이 관행적으로 오간 게 확인됐다.

검찰은 14일 사건브로커 성모(62·구속)씨, 전모(64)씨 등 2명과 인사·수사 청탁 과정에서 ‘검은 돈’을 주고 받은 검찰·경찰 전 현직 16명(10명 구속·8명 불구속)등 모두 18명을 재판에 넘기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김진호)에 따르면 성씨 등 브로커 2명은 평소 알고 지내던 검·경 간부 등을 통해 가상화폐 사기사건 수사를 덮어주겠다며 탁모(45·별도 구속)씨로부터 로비자금 명목으로 18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성씨는 2010년대 이후 치안감과 총경 등 수십 명의 현직 경찰 고위 간부와 다수의 검찰 수사관 등에게 골프 접대와 함께 향응·뇌물을 제공하면서 인맥을 쌓았다.

‘해결사’로 불리던 성씨는 지난해 거액의 가상화폐 사기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된 탁씨와 호형호제하던 사이가 틀어지면서 검찰 수사대상에 처음 올랐다. 사건무마를 조건으로 돈을 챙겨간 성씨가 오히려 피해자들과 합의를 종용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탁씨가 성씨의 비위사실을 검찰에 제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성씨가 개입해온 인사·수사 청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였다. 직후인 같은 해 11월에는 뇌물수수 혐의가 불거진 전 전남경찰청장(치안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수사결과 성씨가 주도한 경찰 간부, 검찰 수사관 간의 검은 커넥션은 전형적 ‘매관매직’, ‘실시간 수사정보 공유’라는 비리로 이어졌다. 은밀한 거래를 통해 경감 2000만원, 경정 승진에 3000만원씩을 받고 전남경찰청 간부 인사를 좌지우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성씨가 문고리 집사 역할을 한 전직 이모(65) 경감과 전·현직 간부를 가리지 않고 건넨 돈은 인사권자인 지방경찰청장 등에게 전달됐다.

별도 수사하던 가상화폐 사기사건 수사과정에서는 검·경 수사관들이 수사정보를 흘려준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

640만~4000만원을 받고 압수수색 정보 등 수사기밀을 유출한 전직 경무관 장모(60·구속)씨와 당시 수사과장, 광주지검과 목포지청 6급 수사관 2명 등이 적발돼 기소됐다.

검찰은 성씨가 지자체 관급공사 등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