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나비효과… 올해 근로·자녀장려금 급증

입력 2024-02-15 04:09

올해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액이 지난해보다 약 9000억원이 늘어 사상 최초로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저소득 가정의 생계와 자녀 양육을 돕는 지원금이다.

정부가 저출산 대응을 위해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과 규모를 늘린 점이 지급액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부동산 공시가격이 급감한 영향도 적지 않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복지 수혜자를 늘리는 씁쓸한 ‘나비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은 올해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액 규모가 지난해 5조2000억원보다 9000억원 늘어난 6조1000억원이라고 14일 밝혔다. 수급 대상자가 80만 가구 정도 증가한다는 전망을 반영했다.

수급 대상자 확대는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우선은 제도 변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과 최대 지급액을 늘렸다. 자녀장려금은 보유자산 가액이 2억4000만원 미만이면서 연 소득이 일정 수준 미만인 가구에 자녀가 있을 경우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연 소득 기준이 지난해까지 4000만원 미만이었지만 올해부터는 7000만원으로 오른다. 국세청은 47만 가구가 늘어난 99만 가구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계했다. 자녀 1명 당 최대 80만원이던 지급 상한액이 100만원으로 20만원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국세청은 제도 변화를 고려할 때 올해 자녀장려금 지급액은 지난해보다 5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계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도 수급자를 늘리는 데 역할을 했다. 지난해 부동산 공시가격은 평균 18.61% 하락했다. 국세청은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보유자산 가액이 2억4000만원 미만으로 떨어져 수혜 대상에 포함될 이들이 32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들에 대한 지급 추정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사회 안전망이 작동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대신 국가 재정 부담이 커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양도소득세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복지세정 지출까지 늘어난 탓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양도세는 전년 대비 14조7000억원 줄어 세수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9000억원이 더 지출되는 만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부른 세수 감소 효과는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정 부담이 있지만 복지세정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