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에서 포도 농사를 지으며 와인을 만드는 프랑스 남자가 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지쳐 오랜 꿈이었던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부인의 나라로 온 ‘도미’라는 이름의 50대 남자다. 8년 전 한국의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도미의 두 번째 인생이 만화로 그려졌다. 도미의 부인인 소설가 신이현이 글을 쓰고, 제주도에서 그림 작업을 하는 김연수가 작화를 맡았다.
책은 포도밭을 무대로 프랑스 농부 도미의 사계절을 보여준다. 그의 농사법은 독특하다. 밭에 호밀을 뿌리고, 닭과 거위를 풀어놓는다. 제초제는 뿌리지 않는다. 트랙터를 이용한 밭갈이는 땅속 미생물을 다 죽이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부인은 남편의 이런 느리고 번거로운 농사법에 툴툴거리면서도 따라준다.
부부의 집 1층에는 양조장이 있다. 여기서 시드르라고 불리는 사과술을 만들고, 와인을 제조한다. 도미는 “자연 효모야말로 술을 만드는 진정한 일꾼”이라고 얘기한다. 와인과 농사를 배우러 찾아오는 젊은이들도 있다. 부부는 그들과 함께 한국 내추럴 와인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꿈을 꾼다.
노인이 대부분인 동네 주민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시골 생활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묘사된다. “여름 더위를 이기는 방법.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삼계탕을 먹고 수박을 깨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이 부부가 보여주는 시골에서의 삶은 아름답고 단단하다. 농업과 시골에 대한 낭만주의에 기댄 삶은 아니다.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도전할 만한 새로운 업으로, 젊은 세대와도 연결되는 미래적 영역으로 농업과 시골을 제시한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