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모바일 영역에서 경쟁을 펼쳐온 테크 기업들의 전장이 확장현실(XR) 기기로 확장될 전망이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앞세워 선두로 치고 나가자 삼성전자, 화웨이 등이 추격하는 모습이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일(현지시간) 첫 혼합현실(MR) 헤드셋인 ‘비전프로’의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2014년 애플워치 출시 이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신규 기기 라인업이다. 고글과 헤드셋을 합친 것 같은 형태다. 이 기기를 머리에 쓰면 3차원 가상 화면이 뜬다.
비전 프로 가격은 3499달러(약 460만원)부터 시작될 정도로 고가다. 하지만 초기 흥행은 성공했다. 사전 판매 주문 물량만 20만대를 넘겼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6만~8만대를 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며, 올해 전체 판매량 시장 예상치(50만~60만대)의 3분의 1에 이르는 수준이다. 현재 시장에선 출고가보다 최대 210만원에 이르는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 메타가 출시한 ‘메타퀘스트3’보다 약 7배 비싸지만 17년 만에 돌아온 애플의 혁신이라는 점이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초기 돌풍을 일으키자 다른 글로벌 전자 업체들도 추격에 나섰다. 화웨이가 이른 시일 내 애플의 비전 프로에 대항하는 ‘비전(Vision)’을 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2의 샤오미’로 불리는 메이주의 전 최고마케팅책임자였던 리난 앵그리먀오 최고경영자는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화웨이가 ‘비전’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으며 가격은 1만5000위안(약 276만원)”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이미 2021년 중국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 ‘비전 글래스’를 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XR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구글·퀄컴과 협업해 XR 기기뿐 아니라 관련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신제품 공개행사 ‘갤럭시 언팩 2023’에서 구글·퀄컴과의 ‘XR 동맹’을 선언했다. 협업 발표 약 1년 후인 지난달 4일 퀄컴은 ‘스냅드래곤 XR2+ 2세대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칩셋은 향후 삼성전자가 출시할 XR 기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LG전자도 XR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LG전자는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에 XR 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최근 ‘CES 202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XR 사업에 대한 기회를 확보·협의하고 있다”며 “연내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