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에 알선’ 유죄로 판단… 김인섭 1심 징역 5년

입력 2024-02-14 04:05
사진=뉴시스

‘백현동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사진)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심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첫 법원 판결이다. 백현동 의혹의 앞 단계로 꼽힌 김씨의 알선·청탁 행위가 인정되면서 이 대표 재판에도 일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63억50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보석을 취소하고 김씨를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백현동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 요청을 받고 사업 관련 알선을 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 성남시 정책실장이던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직무였던 백현동 사업과 관련한 알선 대가로 74억5000만원의 금품 등을 받은 공소사실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오로지 지방정치인 및 성남시 공무원의 친분만 이용해 인허가 사항을 여러 차례 알선했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객관적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한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

재판부가 낭독한 판결 요약본에는 이 대표 이름이 11차례, 정 전 실장 이름이 25차례 등장했다. 이 대표 측은 그간 백현동 사업 당시 김씨와 관계가 단절된 상태였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이 대표 선거를 여러 차례 지원했고,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도 김씨와 이 대표, 정 전 실장의 특수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이 “업자 측 요구대로 잘 처리해줘라”는 취지로 당시 성남시 도시계획팀장 A씨에게 말했다는 점, 김씨가 A씨에게 “2층에서도 사업을 잘 해보라 했다”고 말한 사실도 재판부는 인정했다. 성남시청 2층에는 시장실과 정책실장실이 있었다.

재판부는 부지 용도가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수직 상향되는 과정에 이 대표 결재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성남시 주거환경과는 2015년 3월 정 전 실장, 이 대표의 결재를 받고 정씨의 3차 신청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다른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던 2016년 1월 정 전 실장과 접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를 요청한 사실도 인정됐다. 앞서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에게 공사 참여 배제 이유를 묻자 이 대표가 “정 실장과 인섭이 형님이 다 얘기돼서 그렇게 결정했는데 못 들었어?”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정 전 실장에 대한 청탁 등 사실관계가 인정되면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재판에도 일부 영향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김씨의 청탁,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청탁 사항 공유, 이 대표의 위법·부당한 지시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이 대표는 공사를 백현동 사업에서 배제해 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로 재판받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부지 용도변경이나 공사 참여 배제 등이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알선·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이상 알선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김씨 변호인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실장 측은 “김씨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고,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