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파크’ 품은 큐텐, 글로벌 플랫폼도 인수… 11번가는?

입력 2024-02-14 04:03
구영배 큐텐 사장. 큐텐 제공

위메프·인터파크·티몬 등을 인수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온 큐텐이 북미 기반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한다. 기존 아시아 물류 네트워크를 유럽·미국으로 확장해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큐텐은 지난해 매물로 나온 11번가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으나 위시를 인수하면서 11번가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큐텐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콘텍스트로직’이 운영하는 글로벌 서비스 위시에 대한 포괄적 사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인수 가액은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다. 최근 K콘텐츠의 인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상품을 수출할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로 큐텐은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고, 세계 전역의 주문량과 북미·유럽의 활성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큐텐 관계자는 “글로벌 상거래 서비스는 아마존·이베이·알리바바 등 미·중 거대 자본이 주도해왔다”며 “이번 인수는 한국계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나 국내 셀러의 상품을 해외 시장으로 바로 보낼 수 있는 루트를 처음으로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시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세계 200여개국에서 33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매달 1000만명 이상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모든 카테고리 상품을 현지 소비자에 맞춰 통화 변환·결제, 상품 판매·구매, 배송해주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2010년 싱가포르 기반으로 설립된 큐텐은 일본, 동남아시아, 중국, 인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22년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인수하며 국내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위시 인수는 큐텐의 11번가 인수 가능성을 더욱 낮췄다. 인수에 투입되는 자금이 2300억원에 이르고, 글로벌 플랫폼 인수로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기업 가치가 2018년 2조원대에서 최근 5000억원으로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큐텐이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영배 큐텐 사장은 “이번 인수로 큐텐과 위시는 전세계 제조·유통사와 판매자·구매자에게 진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포괄적 쇼핑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 소상공인의 수출을 도와 국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