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쾌조의 스타트… 친환경 선박 일등공신

입력 2024-02-14 04:06

한국 조선사들이 올해 친환경 선박 수주 실적을 올리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지난달 수주 점유율은 38%를 기록하며 최근 5년간 가장 좋은 1월 성적표를 받았다.

13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 전 세계 257만CGT(표준선 환산톤수·96척) 중 97만CGT(32척)를 수주했다. 점유율 38%로 중국(5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136만CGT(41척)를 수주했다. 선박 척수로는 9척 차이가 난다.

한국 조선사는 중국과의 점유율 차를 좁히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사태로 수주가 급감했던 2020년 1월 한국 조선사의 점유율은 2%에 그쳤다. 2021년과 2022년 1월엔 각각 27%, 31%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19%로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 회복됐다.

올 초 한국의 대형 조선사들은 연초부터 과거보다 크게 향상된 선박 수주 실적을 올린 데는 친환경 선박이 효자 노릇을 했다. 친환경 선박은 에탄올, 메탄올,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연료로 쓰는 이중 추진(dual fuel) 엔진이 탑재된 선박을 말한다. 또 디젤엔진이지만 황산화물을 줄이는 스크러버(scrubber)를 장착한 선박도 포함된다.

업체별로는 HD한국조선해양이 38척을 수주했다. 이중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을 비롯해 친환경 선박만 전체 수주의 절반을 넘는 21척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도 올해 수주 목표인 135억 달러(17조9400억원) 중 46억5000만 달러(6조1800억원)인 34.4%를 채웠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 15척, VLAC 2척 등 올해 신규 수주한 물량 100%가 친환경 선박이다. 지난 6일 카타르에너지와 맺은 17만4000㎥급 LNG 운반선 15척 계약은 계약금액만 4조5716억원으로, 삼성중공업의 단일 최대 규모 계약이다. 한화오션도 올해 9만3000㎥급 암모니아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 선박에는 자체 개발한 탄소 저감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인 메탄올 추진 선박은 중국과 시장을 나누고 있으나 LNG·암모니아 운반선의 경우 K조선이 화물창 기술력에서 중국에 월등히 앞서 있다”며 “올해는 수소 운송에 효율적인 암모니아 운반선 주문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와 질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액체 상태여서 운송이 쉽고, 질소를 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어 에너지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