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3일 창당 선언은 우리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이자 국민들을 또다시 정쟁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국민들한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실망감을 안긴 본인과 가족 관련 비리를 자숙하며 지내도 모자랄 판에 정치에 뛰어들고 신당까지 만든다니 어처구니없다. 게다가 지금 재판 중 아닌가. 그는 창당 회견에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내걸면서도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창당하는 것 자체가 갈등을 부추기고, 갈등을 자양분 삼아 의석을 얻으려는 것임을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또 ‘대안 제시 정당’ ‘위기 극복 정당’ 등 명분이야 그럴 듯하게 내세웠지만 결국 조국 사태로 드러난 비리와 재판에서조차 유죄로 판명된 일을 어떻게든 물타기 해보겠다는 목적이 최우선 아니겠는가.
진행 중인 재판을 봐서도 그의 창당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항소심에서 8개 혐의에 유죄가 나와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우선 입시비리 6개 혐의가 유죄로 판명됐다. 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와 딸이 부산대에서 장학금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유죄가 선고됐다. 지난 몇 년간 세상을 들쑤셔놨던 ‘조국 비리’의 중요한 혐의가 대부분 유죄로 나온 것이다. 법조계는 1, 2심 모두에서 유죄가 선고된 만큼 대법원에서도 기존 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가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더라도 의원직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고, 그런 비리에 휩싸인 사람이 공당을 만든다는 것 자체도 온당치 않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잘못도 크다. 조국 신당은 정당투표율에 기대 비례대표 의석을 노릴 공산이 큰데, 이는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해 창당의 길을 열어줬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벌써부터 민주당 일각에선 나중에 조국 신당과 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등 내심 그의 창당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그제 창당 문제를 상의하러 온 조 전 장관 손을 잡고 주먹을 들어 응원하는 포즈를 취했다. 사실상 창당을 용인한 셈이다. 신당이 야기할 부정적 파급을 문 전 대통령도 모르진 않을 텐데,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라면 만류하고 또 만류했어야 옳다. 이런 코미디같은 정치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애꿎은 국민들만 속이 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