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에서 벗어나게 하신 예수님의 사랑, 세상을 더 따뜻하게 해’ ‘어머니 하나님의 깊고 넓은 사랑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여 갑니다.’
최근 전국 일간지에 실린 기획기사와 광고문구 중 하나다. 개신교가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들어가 얼핏 정통교회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각각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기쁜소식선교회(박옥수)와 하나님의교회(김주철)에 관한 내용이다.
이단·사이비 종교 단체들이 조직을 알리는 데 혈안이다. 공신력 있는 언론 매체에 노출시키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단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포장된 이단들의 홍보성 기사나 광고는 자칫 일반인에게 그들이 정상적인 종교 집단이며, 이단 교리를 정통 개신교리라고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지역 일간지를 비롯해 온라인매체까지 거의 매일 이단 단체의 홍보성(또는 옹호성) 기사와 광고가 게재되고 있다. 이단 문제의 심각성을 비판하고 계도하는 언론은 일간지 수백 곳 가운데 사실상 본보뿐이다.
문제는 전면광고나 ‘기획기사’로 둔갑한 이단 홍보 기사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이단 교리가 무의식적으로 독자나 일반인의 머릿속에 각인된다는 점이다. 또 이단들은 이 같은 기사를 내부 신도를 결속하는 데 악용해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단 홍보 기사·광고를 방치하면 결국 한국교회는 물론 건강한 사회를 헤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이유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언론을 악용한 홍보는 결국 ‘가스라이팅’과 같다”며 “이단 단체들도 기성교회와 비슷한 단어들을 사용하는데 누가 어떤 교리가 잘못됐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에서 이들을 홍보한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기에 이 같은 옹호 기사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사들이 이단·사이비 단체를 방관하는 데는 언론사들의 수익 구조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언론사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기업들의 언론매체 광고비 지출이 감소하는 현실에서 이단 단체 측에서 제시하는 광고 비용 등의 제안을 무시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단 문제를 저널리즘의 본질과 사회 문제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탁 교수는 “교리적 접근보다는 그동안 많은 이단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초월해 사회적으로 여러 논란을 일으켜온 단체라는 것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디어 대표 조믿음 목사는 “이단·사이비 종교보다 광고를 받는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며 “이단도 신문광고를 낼 수 있지만 이를 공정하게 거르는 것은 언론 본연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돈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언론사 구조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독자들도 그런 언론 구조를 지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김동규 조승현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