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위기의 끝은?

입력 2024-02-13 04:05
사진=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휘부 공백 장기화로 끝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 처장을 대행하던 부장검사가 사퇴 의사를 밝히며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됐지만 해결까진 요원해 보인다. 사건 처리를 둘러싼 검찰과의 갈등까지 겹치며 각종 수사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9일 8차 회의를 연다. 후보자 2명 선정을 위해 지난해 11월 첫 회의를 시작했지만 4개월째 도돌이표다. 최종 후보 2명은 추천위원 7명 중 5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앞서 확정된 오동운 변호사 외에 1명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8번째 회의에서도 후보자 압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서 새로운 후보자가 추천될 예정이라 다시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력한 후보였던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다 득표에 실패하며 추천위 내부 기류가 바뀐 것도 향후 전망을 어렵게 한다. 추천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여야 위원들이 각자 지지하는 후보자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않으면 추천위는 계속 공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선규 수사1부장검사가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과거 검찰 근무 당시 수사기록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최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사퇴를 결정했다. 김진욱 전 처장이 지난달 20일, 여운국 전 차장이 지난달 28일 임기를 마치며 대행 체제가 시작된 지 열흘도 안 돼 사직하기로 한 것이다. 김 부장검사가 인수인계를 마치고 29일 사퇴하면 처장·차장 대행은 직제순에 따라 수사2부장과 수사3부장이 맡는다.

리더십 부재는 수사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관련한 수사는 답보 상태다. 검찰과의 신경전도 공수처의 위기감을 부추긴다. 검찰은 공수처가 수사해 넘긴 감사원 3급 공무원 뇌물수수 사건을 보강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돌려보냈다. 공수처는 “충분한 보강 수사를 거쳤다”며 맞받았지만 기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해당 사건 수사는 한 달째 진척이 없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