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지난해보다 따뜻했는데… 난방비 고지서에 ‘깜짝’

입력 2024-02-13 04:05 수정 2024-02-13 21:00
게티이미지뱅크

세종 종촌동에 거주하는 공무원 A씨는 지난해 12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 든 뒤 깜짝 놀랐다. 겨울철 비슷한 시기 30만원 가량 나오던 관리비가 4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어 올라서다. 세부 내역을 뜯어보니 관리비를 끌어올린 범인은 난방비였다. 고지서 속 난방비는 13만5620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4만8280원이 늘었다. 온수 사용 비용도 2만원 가까이 올랐다. A씨 집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A씨는 “주변에 물어보니 난방비가 많이 올랐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겨울철 난방비는 언제나 서민들을 압박하는 요인이지만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엔 부담이 낮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기록된 이번 겨울에도 A씨처럼 난방비 지출이 늘어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일일 평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은 11일에 불과하다. 2022년 12월의 경우 22일이었던 점을 보면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런 날씨에도 난방비가 뛰어오른 건 일차적으로 난방 단가 급등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비용은 각각 전년 대비 21.7%, 27.3%가 올랐다.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난방을 하면 무조건 난방비 폭탄을 피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춥지 않은 겨울에 난방 사용량을 줄였다면 계산은 좀 달라진다. 2022년 기준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51.8%가 사용하는 도시가스의 경우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구마다 사용량만큼만 난방비를 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가스 사용량은 포근한 날씨 덕에 전년 동월 대비 10%가량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난방 단가가 올랐지만 사용량 감소분을 고려하면 실제 낸 난방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난방비가 급등한 A씨 사례는 ‘지역난방’에 해당한다. 지역난방은 대형 열병합발전소에서 고온의 물을 공급하면 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열교환기’를 거쳐 각 가구로 온수와 난방이 공급되는 구조다. 전체 가구 중 24.1%가 이를 사용 중이다. 도시가스처럼 각 가구가 쓴 만큼 내는 ‘개별난방’이긴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온도를 빠르게 올리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지역난방을 쓰는 가구들은 일정 온도 유지를 위해 상시 난방을 켜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으로 추운 날씨에는 지역난방이 더 유리할 수 있지만, 포근한 날씨를 오가는 경우엔 사용량을 크게 줄이지 못해 난방 단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요금은 메가칼로리(Mcal) 당 101.57원으로 전년 동월(89.88원) 대비 13.0%가 올랐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2022년 12월과 지난해 12월을 비교하면 가구 당 평균 사용량은 15.6% 감소하고 평균 사용금액은 6.2% 줄었다”면서 “가정마다 난방 사용 패턴이 달라 난방비를 더 낸 가정도 있고 아닌 가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