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완패에 항소한 檢… 이재용·양승태 2심도 ‘산 넘어 산’

입력 2024-02-13 04:04
사진=최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연달아 완패한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증거와 법리를 모두 다퉈야 하는 이 회장 재판에선 승계 작업과 합병에 대한 법원 판단을 뒤집는 게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 항소심에서는 ‘재판에 개입할 직권’의 존재 여부가 쟁점이다. 검찰은 직무권한을 벗어난 유월(逾越)형 직권남용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회장의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1심에서 배척한 증거들과 승계 작업에 대한 대법원 판례 해석 등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항소심에 대비한다. 1심이 승계 작업을 위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다는 기소의 전제사실부터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2심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과 재판부 시각은 판례 해석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이는 삼성물산 주식매수가격 결정사건 등 다른 관련 사건에도 적용됐고, 검찰의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 수사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1심은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합병 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도 재판부는 지적했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승계 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됐지만 개별 현안인 합병에 대한 청탁까지 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1심 판단이 승계 작업에 대한 기존 법원 판단과 배치된다고 보고 2심에서 다투겠다는 방침이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과제도 남아 있다. 검찰은 2019년 이 회장 수사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용서버’ 등 압수수색을 주요 수사성과로 강조했지만 1심에선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됐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유지 과정에서 관련성을 설명했는데 배척됐다”며 증거 판단에 대한 공방을 예고했다.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에 무죄 판단을 받은 양 전 대법원장 2심도 검찰로선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죄가 인정되려면 대법원장에게 재판에 개입할 직무권한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먼저 성립돼야 한다. 검찰은 사법행정권을 보유한 대법원장 등에게는 재판에 관한 직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설령 법적 권한이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직권을 남용했다면 처벌해야 한다는 ‘월권적 직권남용’에 대한 논리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법원은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직무권한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유지해온 만큼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공모 관계에 대한 판단도 2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선 일부 실무자의 위법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직무감독, 인사 등에 대한 체계를 고려했을 때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고 2심에서 이에 대한 새로운 판단을 구할 계획이다.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항소심도 직권남용 혐의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1심에서 공판 갱신 절차 등을 통해 재판을 장기화한 것을 근거로 양형 판단도 다시 받겠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