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0일 총선에 적용될 비례대표 선거제가 사실상 ‘준연동형 유지’로 결정되면서 2020년 21대 총선 때처럼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정당 난립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투표용지가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져 올해 4월 총선에서도 비례대표 선거에 한해 ‘완전 수개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가 사용하는 투표지 분류기는 최대 34개 정당이 표기된, 최장 46.9㎝의 투표용지까지 처리할 수 있다. 현행 분류기는 21대 총선을 계기로 새로 도입됐다. 이전의 분류기는 34.9㎝의 투표용지까지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고, 이에 따라 20대 총선에서 21개에 불과했던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은 21대 총선에서 35개로 늘었다. 투표용지도 48.1㎝까지 길어졌다.
이 때문에 21대 총선의 비례대표 선거에서 분류기를 쓰지 못하고 완전 수개표 방식으로 개표가 진행됐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분류기를 도입한 지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선관위는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성능을 개선한 분류기를 21대 총선 당시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기준으로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50개, 활동 중인 창당준비위원회는 12개다. 이들 정당이 모두 비례대표 후보를 낼 경우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는 80.5㎝에 달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34개 정당까지 투표지 분류기 사용이 가능하다”며 “35개 이상이 되면 20대 총선처럼 비례대표 선거 개표는 수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당 간 연합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실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정당은 현재 등록된 정당보다 적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통합 비례정당’ 창당을 시작한 것도 변수다. 녹색정의당이나 진보당 등이 합류할 경우 비례대표 정당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노리는 정당들이 각개전투만을 고집할 수 없는 이유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이른바 ‘봉쇄조항’ 때문이다.
현행법은 득표율이 3%를 넘는 정당에 1석을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3% 미만이 예상되는 군소정당들은 선거연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1대 총선에서도 비례대표 후보를 낸 35개 정당 중 1석 이상 가져간 정당은 5개에 불과했다. 또 현행 정당법은 득표율 2% 미만인 정당은 선관위 등록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영선 이동환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