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발생하는 횡령이나 부실 펀드 판매 등 각종 사건·사고를 예방할 ‘책무 구조도’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내년 1월부터 책무 구조도를 의무 시행해야 한다. 내부 통제에 실패할 경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C 레벨’ 임원에게 묻는 책임이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책무 구조도 가이드라인을 담은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및 감독 규정 개정안을 13일부터 내달 25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오는 7월 3일부터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책무 구조도 작성법부터 제출법, 업권별 제출 시기, 대표이사 등의 총괄 관리 의무 등 세부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사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등은 담당 업무에 대한 내부 통제·위험 관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내부 통제를 비롯해 내부 감사, 준법 감시, 위험 관리 등 사건·사고 예방 최일선 업무에 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담당 임원은 기준이 적정하게 마련됐는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임직원이 잘 지키고 있는지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CEO에게는 책무 구조도 총괄 관리 의무가 부여된다. 책무 구조도 작성과 준수의 총책임자로 보는 것이다. CEO는 내부 통제와 관련해 담당 임원과 다른 임직원, 소속 금융사 간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법·제도를 위반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유사 위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일도 CEO 몫이다.
책무 구조도가 적용되면 대형 금융 사고에 대해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조직적이거나 광범위한,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해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책무 구조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간주해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 CEO를 제재할 수 있다. 그동안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같은 대형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CEO 제재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보완한 것이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법령 시행 후 6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책무 구조도를 금융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는 증권·보험사는 1년 이내, 나머지 증권·보험사는 2년 이내에 내야 한다.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는 신용카드·캐피털사와 7000억원 이상 저축은행의 제출 마감일은 2년 안이다. 나머지 금융사는 3년 안에 내면 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