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BYD 전기차 ‘가격 전쟁’ 점입가경

입력 2024-02-13 04:03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가 치열하게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테슬라의 모델Y, 오른쪽은 비야디의 아토3. AP뉴시스

테슬라가 중국, 프랑스, 독일에 이어 미국에서 차량 가격 인하에 나선다. 지난해 4분기 중국 비야디(BYD)에 뺏긴 세계 전기차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비야디 역시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펴고 있다. 전기차 시장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1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는 29일까지 미국에서 모델Y를 할인 판매한다. 대상은 모델Y의 후륜구동 버전과 롱레인지 버전으로 기존보다 1000달러(133만원) 할인된 4만2990달러(5718만원)와 4만7900달러(6385만원)에 판매된다. 각 모델 대비 2.3%, 2% 저렴한 수준이다.

다만 모델Y 퍼포먼스는 할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외신에 “할인 혜택은 오는 29일까지 주문된 차량까지만 적용된다”며 “다음 달 1일부터는 다시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올해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중국에서 모델3과 모델Y의 판매 가격을 낮췄고, 독일과 프랑스, 노르웨이 등 유럽 지역에서도 할인 판매에 나섰다. 독일에선 모델Y의 롱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을 각 5000유로(718만원) 낮췄다. 지난 1일에는 중국에서 모델Y 재고 차량에 대해 2차 할인에 들어갔다.

테슬라가 이같이 가격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 판매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전기차 판매업체의 자리를 비야디에 빼앗긴 것도 영향을 줬다. 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 52만6409대를 판매하며 테슬라(48만4507대)를 처음으로 제쳤다.

비야디는 새해부터 중국과 유럽 주요 시장의 판매 가격을 낮추며 전기차 시장 ‘치킨게임’을 이끌고 있다. 중국에서 300만원 가까이 차 값을 낮췄고, 독일에선 전기차 가격을 15% 내렸다. 헝가리와 멕시코 진출을 발표하며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두 회사가 가격 경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공급해 고객들에게 자사 전기차를 경험하게 하고, 나아가 장기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진단이다.

양사가 강대강 경쟁을 이어가면 전기차 업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는 최근 “기업들이 구매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고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전기차 산업 전체가 ‘피바다’가 될 수 있다”며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미 낮은 수익성이 더 나빠지고 있어서 파산하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