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여전히 ‘안갯속’… 정치 신인·유권자는 ‘혼돈속’

입력 2024-02-13 04:07

오는 4월 10일 실시될 총선이 13일 기준으로 5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여전히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고 있다. ‘깜깜이 선거’가 계속되는 탓에 어느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정치 신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21대 총선 때도 선거일 39일 전에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총선에서도 4년 전 못지않은 늑장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종로와 중구, 강원 춘천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서울 노원 3개 지역구를 2개로 합치는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선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야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해 힘싸움을 하느라 다른 쟁점 지역구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자체 획정안을 제시했다. 이 획정안은 서울 강남 3개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전북과 경기 부천의 선거구를 각각 1석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획정안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서울 강남과 대구 달서에서도 1석씩 줄여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해당 지역 모두 인구 대비 지역구 수가 많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선거구획정위는 재외선거인명부 작성 시작일인 21일을 선거구 획정 합의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전북과 부천 지역을 통합하는 안을 받는 대신 국민의힘이 대구와 부산 등 일부 지역구의 통합 조정을 통해 양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여야의 이견 차가 너무 커 21일까지 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야는 오는 29일 열릴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획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진통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여야는 ‘남 탓’ 공방을 이어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합의됐으면 하는데, 국민의힘이 기존까지 했던 모든 협상안을 철회하고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에서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며 “선거구 획정을 최우선 과제로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 의원은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제시한 안을 따르면 되는데, 민주당이 자신들한테 불리하다는 이유로 억지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관계자는 “예전에도 그랬듯 여야가 막판에는 정치적 협상으로 선거구를 주고받는 형식의 획정안을 낼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획정위가 여야의 인위적 구역 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