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배터리) 업계가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전기차 판매량 감소에 따라 재고가 쌓이는 등 업황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핵심광물 확보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SK온은 미국 웨스트워터와 천연흑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웨스트워터는 2027~2031년 앨라배마주 켈린턴 소재 정제 공장에서 생산한 흑연을 SK온 미국 공장에 공급한다. 개발 중인 소재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전 협의가 이뤄진 가격으로 구매하는 ‘조건부 오프 테이크’ 계약이다.
SK온은 북미 전동화 시장 성장 속도에 따라 계약 기간 내 최대 3만4000t까지 흑연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흑연은 음극재의 약 95%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음극재는 양극재·분리막·전해질과 함께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요소다.
SK온은 2022년 호주 시라와 천연흑연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미국 우르빅스와도 음극재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양극재 관련해선 세계 최대 규모 리튬 생산업체 칠레 SQM 등과 계약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7월 캐나다 광물 업체 일렉트라와 황산코발트 장기 공급 협약을 맺었다. 2025~2029년 일렉트라로부터 1만9000t 규모의 황산코발트를 공급받는다. SQM과도 2029년까지 10만t 규모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광산 업체 지분 인수도 이뤄졌다. 삼성SDI는 지난달 1850만 달러(약 245억원) 규모의 캐나다니켈 지분 8.7%를 넘겨받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니켈 생산량 10%를 확보하고, 15년간 니켈 확보량을 20% 늘릴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차전지 업계가 광물 확보에 나서고 있는 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IRA에 따르면 2025년부터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외국우려기관(FEOC)에서 조달할 경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흑연, 리튬, 코발트 등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소재다. 박종진 SK온 부사장은 “현지 유력 원료·소재 기업과 협업을 꾸준히 추진해 IRA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이차전지 업체의 목표주가를 최근 줄하향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6일 LG에너지솔루션 목표가를 기존 61만원에서 48만원으로 낮췄다. 하나증권은 삼성SDI 목표가를 108만원에서 81만원으로 내렸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