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위해 특별히 건설된 도로다. 신호등 대신 입체 교차로와 나들목을 만들고, 주변 도로와의 만남을 최소화해 목적지까지 고속으로 달릴 수 있게 했다. 1968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결된 ‘유엔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UN Vienna Convention on Road Traffic 1968)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속도로는 양방향 통행을 위한 중앙분리대가 있고, 다른 도로 및 철도와 수평으로 교차하지 않으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고속도로 표지판이 설치된 도로를 의미한다. 보행자는 물론 자전거, 트랙터는 다닐 수 없는 자동차만을 위한 길이다.
이런 개념에 어울리는 도로는 1920년대 초반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1924년 밀라노 인근 라이나테와 스위스 키아소를 연결하는 아우토스트라다(A9)를 개통했다. 엄밀하게 빈 협약의 가이드라인에 맞는 세계 첫 고속도로 보유국은 이탈리아인 것이다. 미국 뉴욕주에는 같은 해 북미 최초로 중앙분리대와 입체교차로를 갖춘 브롱스 리버 파크웨이(BRP)가, 독일에서는 1932년 본과 쾰른을 연결하는 아우토반(BAB 555)이 건설됐다.
우리나라는 제2차 경제개발계획 첫해인 1967년 고속도로 건설이 시작돼 이듬해 12월 21일 경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서울~수원(신갈) 구간이 동시에 개통됐다. 당시 신문에는 일제히 ‘경인·경수 고속도로 개통-박정희 대통령 완공식 참석’이라는 기사가 1면 머리에 올랐다. 그리고 설 연휴 직전인 지난 7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포천~조안 구간이 개통되면서 우리나라 고속도로 51개를 모두 합친 길이는 5016.6㎞가 됐다.
첫 개통 56년 만에 ‘고속도로 5000㎞’라는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여기에 서울 올림픽대로, 부산 광안대로, 대구 신천대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를 생각하면 우리는 세계 최고의 도로 인프라를 갖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설 연휴 고향 다녀오는 길은 여전히 꽉 막혔으니 답답하다. 고속도로가 아직 모자라니 더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