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반주·음향 유급 사역자 외부서 모시기 ‘양날의 칼’

입력 2024-02-13 03:01
교회 밖에서 유급 찬양 인도자와 반주자 등을 초빙하는 트렌드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다. 한 교인이 찬양예배 중 일어나 두 팔을 벌리고 찬양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박지영(가명·38)씨는 서울의 한 교회에서 매달 50만원의 사례비를 받고 키보드 반주를 합니다. 박씨는 자신이 맡은 예배 찬양 반주가 끝나면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그는 1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오후에는 제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예배 중 자리를 뜬다”고 말했습니다. 박씨에게 반주는 다른 교회에서 하는 ‘아르바이트’에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악기 연주나 솔리스트 등 전문성이 필요한 봉사자를 외부에서 모셔오는 건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예배팀 전원이 교인이 아닌 외부 유급 사역자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전공자로 이뤄진 유급사역자들이 찬양 인도와 악기 연주, 음향 엔지니어 등을 맡으면 예배팀의 완성도는 단시간에 높아집니다.

자칫 일어날 수도 있는 사역자들 사이의 갈등 관리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팀사역의 원리’의 저자인 백성훈 경기도 김포 이름없는교회 목사는 “유급 사역자의 경우 갈등이 벌어지더라도 고용 주체인 교회가 중재하기 쉽고 상황이 심각해지면 다른 사역자로 교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예배의 중요한 부분으로 ‘영적인 영역’인 찬양이 하나의 비즈니스로 변질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백 목사는 “돈을 받으니 사역이 아닌 일이 되는 현상이 종종 벌어진다”며 “교인들도 새로운 사역자가 오면 ‘잘한다, 못한다’부터 따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배자의 마음보다 실력에 눈길이 가는 건 세상이 말하는 ‘프로’의 기준일지는 몰라도 참된 예배자의 기준은 아닙니다.

유급 사역자들이 느끼는 문제점도 적지 않습니다. 박씨는 “사역지를 자주 옮기기 때문에 교회 안에 녹아들기 쉽지 않다. ‘내 교회’라는 생각을 갖기 어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찬양사역자를 위한 커뮤니티 올포워십 대표로 여러 교회에서 워십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채윤성 목사는 “많은 분이 반주자에게 ‘아르바이트생처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지만 정작 교인에 준하는 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교회는 많지 않다”며 “음악도 잘했으면 좋겠고 우리교회 성도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은 욕심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배 안에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자체 인력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됩니다. 백 목사는 “유급 사역자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교회 안에서 찬양으로 섬기고 싶은 사람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며 “나중에는 사례를 받지 않고는 봉사할 사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전했습니다. 이어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 기타 하나만 가지고 투박하게 드리던 예배에서도 은혜가 넘쳤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기능적 측면보다 예배자가 돼야 한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