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까지 복음을 비춘 ‘별 같은 전도자들’이 명멸하다

입력 2024-02-13 03:07
필리프 멜란히톤

“이 세상은 그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지혜가 그렇게 되도록 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리석게 들리는 설교를 통하여 믿는 사람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신 것입니다.”(고전 1:21, 새번역)

교회 역사 속에서는 하나님의 복음을 전했던 전도자들이 주요 시기마다 등장한다. 그들은 학력과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하나님의 입’ ‘하나님의 손발’이 되어 인류를 위한 기쁜 소식을 전했다. 2월에는 이 같은 복음전도자들의 출생과 별세가 이어졌다.


드와이트 라이먼 무디 1837년 2월 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필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당대 최고 전도자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흥사 중 한 명이다. 구두 판매원이었던 그는 대도시 주민들 사이에 신앙생활이 부족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도시 선교사로 나선다. 그의 설교는 간결하면서도 열정적인 메시지가 특징이었다.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제공되는 구원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다.

무디는 신학을 공부하지 않았고 컬컬한 목소리와 문법 철자 발음 등이 부정확했음에도 하나님만 전적으로 의지해 이를 극복했다.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성경을 살아있는 말씀으로 담대하게 증거하는 탁월한 은사가 있었다.


‘찬송가의 여왕’ 패니 크로스비1915년 2월 12일 별세했다. 그녀는 생전에 8000편의 찬송가와 복음성가를 지었다. 그녀는 태어난 지 6주가 되었을 때 의사의 잘못된 처방으로 시력을 잃게 되어 평생 시각장애인으로 살았다. 30세 때 부흥집회에서 찬송가 ‘웬 말인가 날 위하여’를 부르며 회심, 평생 찬송가 작사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시인이자 복음성가 가수, 간증 사역자로 활동했다.

크로스비는 역사상 가장 많은 찬송가를 작사한 음악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무디와 생키의 복음전도 집회의 성공은 크로스비의 찬송가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크로스비가 작사한 찬송은 한국교회 찬송가에 21곡이 수록돼 있다. ‘예수를 나의 구주 삼고’(288장)가 대표 찬송이다.


20세기 최고 복음전도자는 단연 빌리 그레이엄 목사다. 그는 2018년 2월 21일 별세했다. 미국과 전 세계를 순회하며 ‘빌리 그레이엄 전도 집회(BGEA)’를 펼치는 등 수백만 명에게 설교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그레이엄의 신학은 ‘믿고 따르라’는 순종의 신학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 초석은 성경은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이라고 하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었다. 성경의 진실성에 대한 그레이엄 목사의 확신은 그의 설교를 듣는 청중의 마음을 깊이 찌르는 강하고 날카로운 칼이었다.

그레이엄 목사는 ‘복음 전도자’의 사명에 충실해 냉전 시대에도 정치색을 철저히 배제한 채 구소련과 동독 등 공산권 국가를 넘나들며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특히 1952년과 73년, 84년 등 세 차례 한국을 찾은 건 한국 기독교사에 있어서 기념비적 사건으로 꼽는다. 북한에도 두 차례 방문했다.


온몸으로 복음을 전한 사람도 있었다. 1945년 2월 21일 영화 ‘불의 전차’의 진짜 주인공인 스코틀랜드 올림픽 선수이자 중국 선교사였던 에릭 리델이 별세했다. 스코틀랜드 육상 국가대표 선수였던 리델은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자신의 주 종목인 100m 예선전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일에 경기가 열리는 게 거부 이유였다. 비난이 들끓었으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다시 기회는 찾아왔고 평일에 열린 4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놀라운 승리의 동력엔 팀의 물리치료사가 건넨 쪽지가 있었다. 사무엘상 2장 30절 중 한 부분인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고”라고 쓰여 있었다. 리델은 이를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힘차게 뛰었다.

리델은 금메달리스트라는 영광에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이 태어난 중국 톈진으로 돌아가 선교사로서 12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후 산둥반도 농촌 마을로 들어가 중국인과 어울려 살며 복음을 전했다. 2차대전 당시 중국을 침탈했던 일본이 연합국 출신 외국인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수용소에 가두면서 리델도 갇혔다. 그리고 거기서 생을 마감했다.


디트리히 본회퍼와 찰스 셀던은 복음에 합당한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1906년 2월 4일 독일 루터교 목사이자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가 태어났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대항해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온몸으로 설득력 있게 호소했다. 그는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자 정권 반대, 반유대주의 반대 운동에 적극 가담하면서 독일 고백교회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나를 따르라’ ‘제자도의 대가’ ‘윤리학’ ‘옥중서신’ 등의 저작을 남기며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의 사명을 강조했다. 그는 히틀러를 ‘무고한 행인들을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하는 미치광이와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조합교회 목사이자 사회복음주의운동 지도자였던 찰스 셀던 역시 무감각한 그리스도인의 삶에 경종을 울렸다. 1857년 2월 26일 태어난 그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기독교 신앙 소설을 썼다. 그는 당시 기독교 문명권의 많은 사람들이 명목상 크리스천(선데이 크리스천)으로 아무 변화 없이 사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 책을 썼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상황 속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묻고 그 대답대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