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얼룩진 파키스탄 총선… 샤리프 집권 유력

입력 2024-02-09 04:03
파키스탄 총선이 실시된 8일 최대 도시 카라치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제난과 정치 불안, 테러 등으로 혼란스러운 파키스탄에서 8일 총선이 실시됐다. 선거 전부터 군부의 지원을 받은 나와즈 샤리프(74) 전 총리의 집권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불공정 선거라는 비판이 나왔다.

CNN에 따르면 이날 파키스탄 전역에서 임기 5년의 연방 하원의원 266명을 뽑는 총선과 펀자브주 등 4개 주 주의회 선거가 진행됐다.

투표 전부터 군부가 낙점한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 소속 샤리프 전 총리의 집권이 유력시됐다. 그의 강력한 맞수인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소속 임란 칸(72) 전 총리는 국가기밀 누설, 불법 결혼 등 혐의로 총 3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출마가 좌절됐다. 이에 정부가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칸 전 총리는 2018년 집권한 뒤 군부와 마찰을 빚다가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


군부는 또 PTI가 정당법을 어겼다며 정당의 상징인 ‘크리켓 배트’를 선거 유세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유명 크리켓 선수 출신인 칸 전 총리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이자 인구의 40%에 달하는 문맹 유권자가 이 당을 찍기 어렵게 하려는 의도였다.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이끄는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36)도 총리직을 노리고 있다. 자르다리는 파키스탄의 첫 여성 총리인 베나지르 부토의 아들이다.

외신들은 어떤 정당이든 의회 336석 중 과반(169석)을 확보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샤리프 전 총리가 속한 PML-N이 최다득표 당이 될 경우 PPP 등과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총선은 치안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9만여개 투표소에 병력 65만여명이 배치됐지만, 곳곳에서 투표를 방해하려는 무장 괴한들의 공격이 이어져 투표소 치안 병력 등 8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전날엔 발루치스탄주 선거 사무소 두 곳 부근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