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축소사회, 홀리 브리지’팀은 목회자가 던진 11개의 질문(2024년 2월 6일자 37면)을 ‘교회론’ ‘다음세대’ ‘교회 공공성’ ‘평신도 사역자’ 등 4개 분야로 나눴다. 이어 김선일(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김인수(감리교신학대) 양현표(총신대) 임성빈(장로회신학대) 주상락(미국 바키대학원대·가나다 순) 교수로부터 이들 4개 분야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청취했다.
신학자들은 사회보다 훨씬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교회가 고착화된 전통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가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지역사회의 중심일꾼’으로서 세상에 영향력을 드러내며, 이를 위한 평신도 양육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60대 남성 리그’ 탈피해야
축소사회로 줄어드는 청년 인구를 감안해도 일명 ‘핫 플레이스’에 청년들이 몰리는 것과 비교하면 유독 교회에 청년이 없는 상황이다. 주 교수는 한국사회보다 더 빨리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교회가 60대 이상 남성으로 구성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날 것을 권면했다. 그는 “교회 안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없기에 다음세대가 교회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아무리 젊은 담임 목사도 40대 후반인 경우가 많고 당회와 교단 총회 역시 60대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년들의 세속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임 교수는 “교회 내 청년이 두드러지게 적은 것은 청년층이 ‘영적이나 종교적이지 않은 세대’(SBNR)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사회 문화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용이나 젊은이와 여성의 의사결정과정 참여 확대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분위기를 교회 안에 만들어 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이 여러 차례 지적되면서도 교회가 변하지 않는 것은 헌법과 전통 같은 오래된 제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봤다. 임 교수는 “청년들에게 투표권을 주진 못해도 참여권이나 발언권을 주는 등 헌법을 존중하면서 유연하게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며 “이미 교회에는 불평이 있는 이들은 사라지고 제도에 순응하는 성도들만 남아있다. 교회 밖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교회가 신학 정치 경제 등 사회적 이슈에 신학적 대응과 답변을 내놓을 필요성도 제시했다. 그는 “태어난 아기에게 장애가 있으면 유기했던 로마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버림받은 아기를 데려다 키웠고 돌보며 출산을 독려했다. 하나님의 영이 충만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이었던 것”이라며 “교회는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성경과 신학’을 통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문제 해결, 교회가 중심축 돼야
저출산 고령화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어려움에 교회가 적극 기여해야 할 당위성도 강조됐다. 김 교수는 “공공신학에 여러 갈래가 있지만 그 가운데 국가 정책을 신앙과 신학적인 차원에서 해석하고 비판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원리와 맞닿을 수 있도록 수정하는 차원도 있다”면서 “베드로후서 1장 5절에 보면 그리스도인의 삶의 덕목은 누가 봐도 닮고 싶은 삶이고 아름다운 삶의 전형이다. 이는 우리가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할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지역사회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임 전 교수는 “축소사회로 인한 외로움이나 고독과 같은 감정적 문제까지 정부가 해결할 수 없다. 지역교회가 앞장서 나서야 할 부분”이라면서 “특히 사역 경험이 많고 섬기는 일에 익숙하며 시간과 물질이 풍성한 노년 세대의 영적 자산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의 영역에서 활약할 평신도 절실
한국교회가 세상과 삶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성도를 양육할 필요성도 커졌다. 주 교수는 “‘선교’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보낸다’는 의미가 있다”며 “우리는 선교를 위해 공공의 영역에 보냄 받은 이들로 교회 안에만 갇혀 있다면 선교적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와 김 교수는 영향력 있는 성도를 키우려면 교회다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 교수는 “교회가 헌금 액수와 성도 숫자 등 물량적인 푯대에서 벗어나 단 한 사람의 진성 교인을 세우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고, 김 교수는 “성도들에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신앙의 원리를 분명히 가르치고 공공 영역에서 살아낼 수 있는 지혜와 힘, 용기를 고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교회 내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평신도 사역자를 길러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 교수는 평신도 사역자는 성경의 원리이며 개신교의 중요한 전통임을 역설했으며 김 교수는 신학교나 교회에 이들을 양성할 커리큘럼과 콘텐츠를 마련할 것을 권했다.
박용미 김동규 조승현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