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는 단칸방에서 시작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면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사랑만으로 결혼했다는 낭만의 시대는 간 것 같다. 이제는 돈이 있는 사람만 결혼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남녀 한 쌍이 결혼하는데 각각 평균 3억원이 든다니 부모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다. 비중이 가장 큰 건 집으로 전체 결혼비용 중 80%를 차지한다. 가연결혼정보가 최근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결혼 비용 리포트’ 결과다. 집과 혼수를 뺀 예식 비용 자체도 코로나19를 거치며 가파르게 치솟았다. 코로나 이전 3000만원 정도이던 예식비용은 5000만원대로 훌쩍 뛰었다. 이 때문에 예비 신랑신부들 사이에선 ‘예식비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나돈다. 치솟는 예식비용 부담 때문에 ‘웨딩플레이션’(결혼+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예식 비용 중 가장 큰 부담은 예식장 비용이다. 예식장 상당수가 코로나 불황을 못 견디고 폐업해 공급은 줄었는데, 코로나로 미뤄둔 결혼 수요는 늘었기 때문이다. 부르는 게 값인 셈이다. 예식장 대관료와 하객 식대를 포함한 예식장 비용만 2350만원정도다. 여기에 신혼여행 비용,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물, 청첩장 모임 비용도 만만찮다. 무료였던 드레스 피팅비도 5만~10만원씩 받는 식으로 사사건건 예상치 못했던 추가 비용이 붙는다. 미용실의 가격표시제처럼 웨딩업계에도 추가금에 대한 정확한 고지가 필요하다. 웨딩업체 세제 지원 혜택 등 웨딩플레이션을 잠재울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돈이 있어야 결혼한다는 지표는 또 있다. 신혼부부의 42%가 부부합산 연봉이 7000만원 이상이다. 2015년엔 23.2%에 불과했다. 평균 이상의 돈을 버는 이들이 신혼부부가 된다. 고부갈등이나 성격차이보다 돈 문제가 결혼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보통 결혼 후에야 출산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혼인 감소는 저출산으로 직결되니 이 또한 걱정이다. 무엇보다 이제 사랑하니까 결혼한다는 말은 아주 사라져버릴까 두렵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