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담당 림프절, 붓는 현상 흔해
겉층 두께·비대칭 심하면 암 가능성
감별 기준 개발 불필요한 검사 축소
겉층 두께·비대칭 심하면 암 가능성
감별 기준 개발 불필요한 검사 축소
유방암이나 악성 흑색종(피부암), 임파선암 등에 걸리면 먼저 겨드랑이로 전이돼 해당 부위 림프절이 부어서 불룩해 보이거나 손으로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이를 ‘림프절병증’이라 한다.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영상의학과 임지혜 교수는 12일 “유방암은 1번 전이 부위가 겨드랑이이고 악성 흑색종은 암의 특성상 햇빛에 노출된 팔·다리에 주로 생기므로 겨드랑이에도 전이가 자주 발생한다. 임파선암은 몸의 어디에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난 뒤에도 겨드랑이 림프절병증이 나타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림프절병증 발생률이 초음파 및 CT검사를 받은 사람 중 최대 66%에 이를 정도로 흔하다. 림프절은 우리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곳이다.
코로나 백신은 주로 어깨에 주사하기 때문에 가까운 겨드랑이에 림프절병증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우에 따라 엉덩이나 다리 부위에 접종한 경우 사타구니 림프절이 붓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발생한 림프절병증은 최대 4주간 지속된 뒤 사라지는 게 보통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유방암 등 악성 종양에 의한 것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은 백신 접종 후 겨드랑이가 붓거나 혹이 만져질 경우 혹시 암이 아닐지 불안해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직검사가 지나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의료진이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생긴 림프절병증의 악성 여부를 힘든 조직검사를 거치지 않고도 확인 가능한 감별 기준을 제시했다.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 이장희, 영상의학과 임지혜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Clinical Imaging)’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1년 6월~2022년 4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초음파검사를 받은 592명을 분석했다. 전체 검사자 중 19.1%(113명)에게 림프절병증이 발생했다. 113명에게 나타난 림프절병증은 모두 악성이 아닌 양성이었다.
연구팀은 먼저 기존 초음파검사법을 통해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생긴 림프절병증 환자 그룹의 특징을 살폈다. 악성도를 평가하는 7가지 특징인 림프절 겉층의 최대 두께(4.5㎜ 미만 또는 이상), 림프절 모양(타원형 혹은 원형), 림프절 경계의 불규칙 정도, 비대칭적인 겉층의 비후(딱딱해지고 두꺼워짐), 림프절 일부(지방문)의 보존 여부, 부어오른 림프절의 개수 및 위치 등을 적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림프절 겉층의 최대 두께와 비대칭적인 겉층의 비후 등 2가지 특징에서 암의 초음파검사 결과와 유사함이 확인됐다. 특히 림프절 겉층의 최대 두께에서 나타나는 악성 림프절병증과의 유사성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28일 이내에 초음파검사를 했거나 mRNA 계열 백신(화이자, 모더나)을 접종한 경우 더 강해졌다. 이처럼 기존 초음파 평가로는 양성과 악성 림프절병증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이에 연구팀은 백신 부작용에 의한 림프절병증을 구별할 수 있는 새로운 림프절 이상 점수를 개발했다. 이는 7점 만점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양성, 점수가 높을수록 악성 가능성이 크다. 이를 113명의 양성 림프절병증 환자 그룹에 적용했더니 평균 2.45점으로 낮게 나타나 악성일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 교수는 “초음파검사 시기가 백신을 맞은 지 4주 이내거나 mRNA 백신을 접종한 경우 암에 의한 림프절병증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조직검사 여부 결정 시 새로운 림프절 이상 점수를 기준으로 여러 요인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장희 교수는 “악성과 양성 림프절병증의 감별 기준 개발로 불필요한 조직검사 및 수술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