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부산·경남(PK) 지역 3선 이상 의원들에게 ‘낙동강 벨트’ 출전을 잇달아 요청하고 있다. 영남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이곳에 중량감 있는 중진을 집중 투입해 선거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낙동강 벨트 선발대로 지목된 중진은 5선의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과 3선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3선 김태호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9개 선거구 중 현재 민주당이 5곳을 차지하고 있다. 서 의원은 부산 북·강서갑, 조 의원은 경남 김해 갑 또는 을, 김 의원은 경남 양산 출마를 각각 제안받았다. 모두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험지다.
당의 요청을 가장 먼저 수용한 건 서 의원이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며 “어떤 희생과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당이 세심하게 분석해서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럴 때는 중진이 같이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20·21대 때 북·강서갑에서 내리 당선된 전재수 민주당 의원과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
경남 양산을에서는 경남지사 출신들의 ‘빅매치’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태호 의원은 양산을 출마와 관련해 “당의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힌 뒤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출마를 수용할 경우 재선의 김두관 의원과 맞붙게 된다. 김태호 의원은 2004~2010년, 김두관 의원은 2010~2012년 경남지사를 지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해 출마 요청을 받은 조 의원은 숙고에 들어갔다. 조 의원은 입장문에서 “저를 3선까지 키워준 주민들의 생각을 여쭤야 하고 김해시민 입장도 헤아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는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다. 김해갑은 3선(19·20·21대)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버티고 있다. 김해을은 20대 총선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당선됐고, 이후 김정호 민주당 의원이 20대 보궐선거와 21대 총선에서 승리한 지역이다.
다만 중진 차출의 대상이 된 세 사람 모두 친윤(친윤석열)계와는 거리가 있어 비주류만 희생을 요구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 관료 출신 인사들이 여당 지지세가 강한 양지로 몰리는 현상과 대비된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교롭게도 비주류 의원들이 먼저 지목됐지만 본질은 PK에서 경쟁력 있는 중진을 선발한 것”이라며 “낙동강 벨트에서 민주당 바람이 불어 다른 지역구 판세까지 흔드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공관위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