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결혼을 앞둔 이모(32)씨는 예비신랑과 결혼식 준비 예산을 산정하고 깜짝 놀랐다. 신혼집 마련 비용을 제외해도 485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식장 대관료와 하객 식대를 포함한 예식장 비용만 2350만원으로 예상됐다.
스튜디오·메이크업·드레스 비용은 500만원, 예물은 700만원가량이 필요했다. 신혼여행 비용은 900만원, 청첩장 모임 비용만 400만원이 들었다. 폐백을 생략해 비용을 간소화하고 답례품 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인데도 5000만원 가까운 돈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씨는 6일 “저희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부모님 지원도 받을 수 있어서 간신히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며 “상황이 어려웠다면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것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딩플레이션’(웨딩+인플레이션)이 결혼을 고려하는 젊은이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2020~2022년 코로나19 사태로 미뤘던 결혼식을 최근 다시 준비하는 예비 신랑·신부가 늘었지만, 그사이 결혼 비용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예식장들이 대관 비용을 인상하면서 기본 비용부터 크게 늘었다. 고물가 영향에다 만혼·비혼 현상 때문에 수요가 줄어든 결혼업계가 단가를 높인 것도 웨딩플레이션을 촉발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024 결혼비용 리포트’라는 주제로 5년 차 이하 신혼부부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총 결혼비용은 3억474만원으로 3억원을 넘었다. 이 중 신혼집 마련 비용을 제외한 순수 결혼 준비비용은 6298만원에 달했다.
보통 5만원가량이던 식대 단가도 널뛰는 모양새다. 올 하반기 결혼을 준비 중인 김모(33)씨는 “예식장 식대가 기본 6만원 이상이다. 누나가 결혼했던 2017년만 해도 5만원 이하로 충분했는데 이제 그런 곳은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예비신랑 우모(32)씨도 “예식장에서 식대를 받는 기준이 200명 이상 단위인 것도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결혼식장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며 결혼을 독려한다. 하지만 일반 예식장과 비교해 별다른 장점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최대 120만원만 내면 공공예식장을 대관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예식장은 결혼 관련 비품이 없다. 의자와 책상 등 물품을 대여해야 한다. 여기에 식대(기본 5만2000원)와 촬영비 등을 합치면 1000만원 이상이 추가로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결혼 기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웨딩플레이션부터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웨딩업체가 폭리를 취하지 않도록 정부가 우선 세제 혜택 등의 당근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폭리가 계속될 경우 적극적으로 소비자가 신고해 세제 혜택에서 제외하는 방법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