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원금 올려도… 소비자엔 선택약정 할인이 이익?

입력 2024-02-07 04:04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 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4 시리즈 공시지원금을 일제히 올렸다. 그러나 공시지원금을 최대로 받더라도 여전히 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 할인에 비해 불리한 선택지여서 실제 소비자 혜택은 미미하다. 게다가 공시지원금을 많이 받으려면 비싼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써야해 ‘조삼모사식’ 마케팅이라는 지적이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갤럭시 S24·S24 플러스·S24 울트라 시리즈에 대한 이통 3사의 공시지원금은 요금제에 따라 5만5000∼50만원으로 인상됐다. 여기에 유통업체가 지원하는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을 더하면 소비자가 받는 지원금은 최대 57만5000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공시지원금을 가장 많이 제공하는 곳은 LG유플러스다. 요금제에 따라 15만5000∼50만원으로 상향됐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일에도 갤럭시 S24 공시지원금을 요금제에 따라 12만∼45만원으로 올렸으나 4일 만에 추가로 지원금을 늘렸다.

SK텔레콤은 갤럭시 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요금제에 따라 25만∼48만9000원으로 인상했다. 사전예약 개통이 시작된 지난달 26일과 비교하면 15만~28만9000원 오른 것이다. KT도 5세대(5G) 요금제 기준 5만∼24만원에서 5만5000∼4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통사들이 신제품 출시 10일 만에 앞다퉈 공시지원금을 올린 데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전방위 압박이 작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말 이통 3사와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영업 담당 임원 등을 불러 공시지원금 확대를 촉구했다. 방통위는 이날도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을 만나 단통법 폐지 이전에라도 단말기 지원금 경쟁이 확대돼 국민들의 구입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의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 기준’ 고시에 따르면 이동통신 사업자는 단말기 지원금 등의 공시 정보를 화요일과 금요일에 변경할 수 있지만 통상 이통사들은 새 스마트폰 출시 1~2개월 후부터 지원금을 올려왔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실질적 통신비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가입자는 기기값을 할인해주는 공시지원금이나 매달 요금을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데, 공시지원금 인상 후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소비자는 월 요금 25% 선택약정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 총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통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같은 요금제 기준으로 갤럭시 S24의 선택약정할인 규모는 대체로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합친 금액보다 30% 이상 많다.

그렇다고 이통사가 공시지원금 혜택을 선택약정할인 이상으로 책정할 유인은 거의 없다. 수익성 관리 차원에서 선택약정할인이 유리하다. 공시지원금은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으로 ‘마케팅 비용’으로 잡히지만 선택약정할인은 처음부터 25% 할인된 매출을 잡는다는 점에서 비용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사실상 이통3사는 공시지원금을 올리면서 비싼 요금제를 결합시켜 손해를 보지 않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통사가 공시지원금 혜택을 선택약정 할인보다 올리지 않는 이상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 모두 단통법 폐지 이후 가격 경쟁을 벌이지 않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