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옛 현대상선)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인수 측인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주 간 계약 효력을 5년으로 제한해 달라는 하림 측 요구에 대한 의견차가 막판 타결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HMM 매각 및 인수 양측은 2차 협상기한인 6일까지도 쉽게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이들은 앞서 1차 협상 기한인 지난달 23일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시한을 2주 연장했다. 당초 설 연휴 전 협상을 마무리 짓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계획이었다.
HMM 매각을 위한 막판 협상을 공회전시킨 쟁점은 경영권 행사 관련 영구채 문제와 5년 뒤 주주 간 계약 효력 실효 등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현재 HMM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주식으로 처리한 뒤 잔여 영구채 1조68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이들에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영구채가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하림 지분이 38.9%로 줄고 산은과 해진공 지분은 32.8%로 늘어난다. 양측 지분 격차가 6.1% 포인트밖에 나지 않아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하림 측 우려다.
주주 간 계약 효력을 5년으로 제한해달라는 하림 측 요청도 발목을 잡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요구대로라면 5년 뒤 하림은 독립적 경영을 보장받아 HMM의 현금 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 같은 조항으로부터 해방된다. 하림은 5년간 주식 보유를 조건으로 재무적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FI는 일정 기간 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각 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기업의 ‘현금 빼가기’를 막겠다는 취지다. 특히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협상 조건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14조원에 달하는 HMM의 현금성 자산을 해운업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각 측이 HMM의 배당 규모를 1년에 5000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주요 인수 조건으로 내건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림의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지 않은 분위기다. 하림은 보유 중인 팬오션 유상증자로 3조원을 확보하고 팬오션 보유자금 4600억원과 하림그룹 자금 3조7000억원을 동원할 계획이다. JKL파트너스는 5000억원을 대고 필요하면 1000억~2000억원까지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만약 하림이 단독 입찰에 들어가면 JKL파트너스 부담 규모만큼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를 끌어와야 한다. 단독 입찰에는 매각 측 승인이 필요하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