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된 배터리업계… 국내3사 지난 4분기 매출 감소

입력 2024-02-07 04:07

‘이차전지(배터리) 업계 한파’가 숫자로 확인됐다. SK온은 6일 실적 발표에서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지난해 4분기 매출액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진국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이차전지의 ‘겨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이차전지 자회사인 SK온은 연간 매출액 12조8972억원, 영업손실 5818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매출은 69.3% 증가했고, 영업 적자 폭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영업손실은 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출범 이후 9분기 연속 적자다. 2021년 10월 출범한 SK온은 흑자 전환에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수요 감소를 이겨내지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큰 성장을 보이던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브레이크에 걸렸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이 위축된 데다 신차 수요도 고가 전기차보다는 주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이차전지가 들어가는 중저가차에 쏠렸다. 한국 이차전지 업체는 이른바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등 고가 제품군에 집중하고 있다.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내려간 것도 한 요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당 88.5위안(약 1만6300원)으로 최고 가격(581.5위안) 대비 약 85% 급락했다. 리튬 가격 하락은 이차전지 평균 판매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완성차 업체가 리튬 가격 하락을 반영해 이차전지 가격을 낮춰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수요와 제품 가격 하락은 매출 감소로 나타났다. SK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조7231억원으로 2022년 4분기(2조8756억원)에 비해 5.3% 감소했다. 지난 3분기 매출 3조1727억원에 비해선 15.2%나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4분기 매출액 8조1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4분기(8조5375억원)보다 6.3% 감소했다. 삼성SDI 매출도 2022년 4분기 5조9659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5조5648억원으로 6.7% 쪼그라들었다. 두 회사 역시 4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못한 매출액에 그쳤다.

올해도 어려운 환경이 예상된다. 선진국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산 저가 전기차 강세가 여전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그럼에도 이들 업체는 성장에 ‘올인’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북미, 유럽 등에 대규모 공장을 세운 상황에서 장기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맞춰 투자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박정아 SK온 IR담당은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다른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과 신규 수주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추가 수주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