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댓글 공작’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설 명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최근 실형이 확정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사면됐다.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받았던 지난 정부 인사들이 재상고를 포기하고 형이 확정되자마자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정부는 정치인과 전직 주요 공직자, 경제인,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총 980명에 대해 7일자로 설 명절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6일 밝혔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네 번째 특사다.
명단에는 김 전 장관 등 전직 주요 공직자 8명이 포함됐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 시절 군 댓글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대법원 재상고를 지난 1일 취하해 형이 확정됐다. 김 전 장관은 이번 사면으로 남은 형기 집행을 면제받고 복권된다. 그는 현재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 전 실장 역시 형 확정 일주일도 안 돼 사면 대상에 올랐다. 그는 박근혜정부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을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은 선고 후 “상고하겠다”는 말을 세 차례나 되풀이했지만, 재상고하지 않았다. 상고 기한인 지난달 31일을 넘겨 형이 확정됐지만, 곧장 사면돼 남은 형기 집행을 면제받고 복권된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1년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두 사람이 유죄 확정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면되자 ‘약속 사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과거에도 형이 확정되고 단기간에 사면이 이뤄진 전례가 있다”며 “교감이나 약속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위원들로 다수 구성되는 사면심사위원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면을 약속받고 재상고를 포기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권 국장은 “지난해 신년 사면 때도 잘못된 관행으로 직무 수행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공직자들을 다수 사면했다”며 “그때와의 형평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 등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언론인에 대해서도 형선고실효 및 복권이 이뤄졌다. ‘세월호 유족 불법사찰’ 혐의로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았던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전 간부들은 잔형 집행이 면제됐다. 이우현 김승희 심기준 박기춘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 7명도 복권됐다.
앞서 윤석열정부 첫 사면인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 때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경제인 사면이 이뤄졌다. 2023년 신년 특사 명단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인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는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사면됐다.
임주언 신지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