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에서 길게는 저녁 8시까지 초등학생들을 관리해주는 ‘늘봄학교’가 올해 전국으로 확대된다. 지난 2021년 ‘늘봄’이란 비슷한 정책을 도입한 박종훈 경남교육감을 지난 2일 인터뷰했다. 박 교육감은 “위에서 찍어 누르듯 추진되는 지금 방식으론 일회성 이벤트로 흐를 뿐, 현장에 착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늘봄학교 효과가 있을까.
“교육 자치 훼손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현장에는 학생이 10명인 학교도, 1000명인 곳도 존재한다. 정부가 하나의 기준으로 밀어붙이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다. 국가는 ‘아이들 방과 후를 잘 챙겨야 일과 가정이 양립한다’는 큰 틀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행은 현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현장에서 ‘총선용’이란 의심을 받기 쉽다.”
-어떤 문제를 우려하는가.
“교육부가 우왕좌왕했다. 한 달 뒤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현장은 뒤숭숭하다. 방과후 정책은 노무현정부 때 사교육 대책으로 시작했다. 당시 (경남도) 교육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교육감으로 재직하며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교사의 가욋일이 돼서는 정규수업도 망가진다는 점, 개별 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고안된 것이 늘봄이다. 창원 명서초를 보면 학생이 줄어 별관 하나가 통째로 비었다. 그 공간을 거점으로 인근 10개 학교를 모아 기존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기능을 통합했다.”
-교육부가 우왕좌왕한 사례는.
“늘봄학교 운영 인력에 대한 개념도 없이 시작했다. 교육부는 학교에 기간제 교사를 추가 배정하는 방식이면 교사 부담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업무가 섞이고 교사 부담으로 넘어오면 본래 교육 활동도 타격받는다는 게 교사들의 생각이었다. 반발이 나오자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 배치는 ‘한시적’ 조치라며 발을 뺐다. 하지만 어떤 지역은 기간제 교사가 이미 900명이나 배정됐다.”
-정부를 질타했는데, 교육청은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가.
“작은 학교를 연계하는, 새로운 돌봄 모델을 제시하려 한다. 의령군에 초등학교가 13개 정도 있는데 5년 뒤 살아남을 곳은 3개다. 이 3곳을 거점으로 작은 학교를 연계해 오전에는 원적 학교에서, 오후에는 거점 학교로 모여 공부한다. 내년부터는 점심도 거점학교에서 같이 먹고, 저녁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동학교’라고 이름 붙였다. (늘봄학교와 다른 점은) 지자체가 한 축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교육청과 지자체, 시민사회가 공간을, 교육청과 지자체가 예산을 반씩 부담한다.”
-중·고교 정책은.
“내년 3월 개원 목표로 진로교육원 설립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으로 과학적 진로 설계를 해준다. 경남은 전국 최초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 플랫폼 ‘아이톡톡’을 시작했다.”
-학생에게 좋은 점은.
“중학생 절반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AI와 진로교사, 학부모가 협업해 학생과 진로를 설계한다. 예컨대 초등학교 6년간 읽은 책만 봐도 윤곽이 나올 수 있다. 학습 데이터뿐 아니라 사회·정서적인 데이터도 (아이톡톡에) 쌓이고 있다. 이 데이터로 진로교육에 특화된 플랫폼을 구축한다. 내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있다. 고1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쓸 내용이 있으려면 중학교 진로교육이 중요하며, 그래야 고교에서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창원=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