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불황에도 식품기업들은 지난해 매출 호실적을 기록했다. 연매출 3조원을 넘긴 식품기업이 2022년 7곳에서 지난해 10곳으로 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불황이 가져다준 성과로 해석된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연매출 3조2247억원, 영업이익 2107억원을 기록하며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연매출 3조원 이상을 올린 기업은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롯데웰푸드, 오뚜기, 농심, SPC삼립 등 7곳이었다. 여기에 올해는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해 풀무원과 CJ프레시웨이가 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공시 전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 바이오 등의 부문이 18조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대상·동원F&B·롯데웰푸드는 4조원대 매출, 오뚜기·농심·SPC삼립은 3조원대 매출이 공시됐거나 발표될 전망이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 침체까지 겪었는데도 주요 식품기업들의 매출이 좋았던 것은 왜일까. 최근 2년 동안 계속된 가격 인상이 점차 반영된 데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의 가공식품에 지갑이 많이 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년 내내 과일 채소 육류 등 신선식품 물가는 고공행진을 해 왔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10월(13.3%), 11월(13.7%), 12월(14.5%) 3개월 연속 13%를 웃돌았다. 신선식품 물가 부담이 커지다 보니 가공식품을 선택하는 소비 행태가 늘었고, 식품기업들은 뜻밖에 고물가 수혜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외식물가 급등은 단체급식 사업을 하는 식품기업들에 사상 최대 실적을 안겨줬다. ‘3조 클럽’에 신규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풀무원과 CJ프레시웨이는 단체급식 사업 규모를 키우며 지난해 매출 성장을 이뤘다.
수출 확대도 주효했다. 식품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서 먹거리를 다양화하고,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수출을 다변화한 게 매출로 연결됐다. 지난해는 특히 고환율 수혜도 봤다. 신라면 수출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농심이 대표적 사례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