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명 돌파’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부가세 결손 괜찮나

입력 2024-02-07 04:05

정부가 현재 연 매출 8000만원 미만인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조만간 상향한다. 하지만 한국의 부가세 부담은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부가세 수입을 늘려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조언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부가세 간이과세자는 200만4명으로 사상 처음 200만명을 돌파했다. 간이과세란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가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일반 자영업자는 1년에 두 번 매출액의 10%를 부가세로 낸다. 반면 연 매출이 4800만원 이상 8000만원 미만인 간이과세자는 1년에 한 번만 1.5~4%의 세율로 부가세를 내면 된다. 매출이 4800만원보다 적으면 아예 납부세액이 없다.

간이과세 대상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68만4147명이던 간이과세자는 2021년 기준 상향(4800만→8000만원)에 힘입어 187만7513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듬해인 2022년 마침내 200만명을 넘겼다. 증가세에는 한층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간이과세자 기준을 추가로 상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으로 상향할 수 있는 범위인 1억400만원 이내에서 기준을 결정해 1분기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의 부가세 세입 기반이 더 약해진다는 점이다. 기준 상향으로 줄어드는 세수 규모는 기존 연구로 짐작해볼 수 있다. 2020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간이과세자 매출액 기준을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릴 경우 부가세가 연평균 2245억원 덜 걷힌다고 예측했다. 한국의 부가세 실효세율은 현재도 다른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소비세(부가세) 비중은 4.3%에 그쳐 OECD 평균 7.0%를 밑돌았다.

부가세는 최근 세입 추이도 좋지 않다. 세수가 호황이던 2022년에는 역대 최대인 81조6000억원이 들어왔다. 반면 지난해는 경기침체 여파로 7조8000억원 줄어 73조8000억원이 걷혔다.

부가세 수입을 늘려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제언과도 간극이 크다. KDI는 2022년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재정 여력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부가세·소득세 중심 증세로 향후 재정지출 확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학수 KDI 상임연구위원은 “OECD 국가들은 인구 고령화에 대응해 조세의 초과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부가세와 소득세로 재원을 조달했다”고 분석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혁이 동반될 경우 부가세 실효세율을 1% 포인트 높일 때마다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이 5.9% 포인트씩 떨어진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