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승계’ 모두 무죄… 족쇄 풀린 이재용

입력 2024-02-06 04:08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선고공판이 끝난 뒤 굳은 표정으로 청사를 나서고 있다. 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형사재판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이 이 회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부당하게 추진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 회장 기소 후 3년 5개월 간 106차례 공판이 열린 끝에 나온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는 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다른 피고인 12명과 삼정회계법인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1월 특검 조사를 받았고, 2021년 1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 작업 일환으로 지목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각종 불법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2020년 9월 이 회장 등을 별도 재판에 넘겼다.

이 회장은 합병이 추진된 2015년 상반기 제일모직 대주주(지분 23.23%)였다.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목적으로 불법 로비(국정농단 사건) 등이 이뤄졌다고 본다. 결국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한 삼성물산을 통해 이 회장이 위법하게 그룹 지배력을 키웠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회장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두 회사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4조5000억원을 부풀렸다는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분식회계의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법원 출석과 퇴정 과정에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변호인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재벌 봐주기’ 판결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앞서 검찰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020년 6월 이 회장 수사팀에 불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뒤집고 19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강행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재직 당시 주임검사를 맡아 사건을 기소했다. 전부 무죄가 선고되면서 애초부터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