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로 된 게임의 룰… 결국 위성정당 꼼수

입력 2024-02-06 04:0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는 4월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현행 준연동형 유지, 통합형 비례정당 추진’으로 결정했다. 이번 선거를 윤석열정권에 맞서 진보개혁진영이 하나로 합치는 야권연대로 치르겠다는 전략이다. 거대 양당의 선거용 위성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했던 4년 전 총선의 판박이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준연동제는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2022년 대선 당시 총선용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한 이 대표가 병립형이든, 준연동형이든 어느 쪽을 선택해도 비판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내놓은 차악의 선택이라는 평가다.

민주당은 앞서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둘러싸고 당내 의견이 갈리자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이 대표가 장고 끝에 결정한 준연동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제도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 및 비례성 확대 등을 명분으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됐다. 준연동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밀어붙였던 당시 여당 민주당이 야3당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에 합의하면서 그해 연말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1야당이었던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화 이후 선거제 개편만큼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던 관행이 깨진 사례로 남았다.

이렇게 도입된 준연동제는 여야가 나란히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 국회 입성을 노린 신생정당이 난립하면서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결국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병립형을 주장해온 국민의힘은 준연동제 유지에 대비해 지난달 말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위성정당 명칭을 ‘국민의 미래’로 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통합형 비례정당에 대해 “지역구를 포함해 선거 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구 후보 단일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선거 승패 결과도, 표심 왜곡 결과도 결국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맏형이기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큰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가져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000만이 큰 영향을 받을 선거제를 이재명이라 한 사람 기분에 맞춰서 정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 대표 입맛에 맞는 게리맨더링”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환 기자, 광주=박장군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