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 사람에게 맡겼어야 했나

입력 2024-02-06 04:08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열린 상인회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도가 단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 벌어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을 65일 앞둔 5일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현행 ‘준연동형’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 27일 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21대 총선에 적용됐다.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이 지역구 의석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에서 부족한 의석수를 채워주는 제도다. 21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을 준연동형으로 선출했다. 다만 준연동형은 ‘비례성 강화’라는 애초 취지가 무색하게 위성정당 난립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방지법’ 통과를 약속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은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9월 초까지만 해도 여야는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권역별) 비례제’로 어느 정도 입장 차이를 좁혔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며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여야의 선거제 협상은 이후 5개월간 표류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유튜브에서 비례대표 선거제와 관련해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준연동형으로는 지역구 의석수 이상의 정당 득표율이 나와도 비례의석을 더 얻을 수 없으니 거대 양당이 추가 의석을 얻기 유리한 병립형으로 회귀하자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대표의 발언에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당 원로와 시민단체들은 “개혁 후퇴”라고 반발했다. 당내에서도 입장이 나뉘어 격론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국회 기자간담회에선 “어떤 게 옳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며 병립형 회귀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민주당은 선거제 결정을 놓고 전 당원 투표까지 고려했으나 당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에 부닥쳤고, 결국 최종 결정권을 이 대표에게 위임했다.

국회 정개특위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제의 큰 틀을 일찍 결정하고 위성정당방지법 협상에 집중했어야 했다”며 “민주당 스스로 시간을 끌다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수당이 공개적으로 이 대표 뜻에 따른다고 밝힌 것도 정말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구자창 신용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