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가 쌀 가격을 보장해주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문제는 현재 쌀값 추이가 지난해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개정안은 쌀 가격이 내려갔을 때 효력이 발생하지만 현재 쌀 소비자가격은 22만원대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올라 있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끌어내 정쟁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법 개정 추진 과정은 지난해와 판박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단독으로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본회의 투표까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만 남겨 둔 상태다. 앞으로 펼쳐질 국면은 두 갈래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하는 경우다. 이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선 과정에서 야당은 총공세를 펼칠 것이다. 쌀 기준가격을 정해놓고 그보다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예산으로 차익만큼을 보전해주는 내용이 골자인 양곡법 개정안의 전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호 민생법안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양측 모두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정쟁은 불가피하다.
두 번째는 여당 반발을 고려해 법사위에서 60일까지 개정안을 계류시키는 경우다. 지난해 양곡법 개정안도 60일간 법사위에 계류됐다가 법사위와 본회의를 같은 날 통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 가능성도 크다. 21대 국회 회기는 5월까지다. 이 경우 논란은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게 된다.
현시점에서 법 개정 추진이 정쟁용이라고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쌀 가격에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5일 기준 쌀 소비자가격은 가마니(80㎏)당 22만5024원으로 1년 전(20만6204원)보다 9.1%나 올랐다. 올해 상반기까지 유사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농업전망을 발표하며 상반기 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 의결 후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과잉생산, 가격 하락 등 시장 개입 부작용을 우려해 정부가 일관되게 반대해 온 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