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 된 너 오히려 트렌디… 장수식품 복원 중

입력 2024-02-06 04:03
롯데웰푸드가 대표 껌 5종을 1972년 출시 당시 디자인으로 복원하는 ‘부활 레트로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미지는 ‘부활 레트로껌 프로젝트’ 광고. 롯데웰푸드 제공

롯데중앙연구소 디자이너들은 최근 ‘커피껌’의 초기 모습을 찾느라 곤혹을 치뤘다. 롯데웰푸드가 대표 껌 5종을 출시 당시 디자인으로 복원하는 ‘부활 레트로껌 프로젝트’를 펼치면서 과거 패키지를 똑같이 구현해야 했는데, 아무리 뒤져도 출시 당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다. 커피껌은 1970년대 초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시점조차 특정되지 않는다. 결국 1975년도의 광고에 쓰인 이미지를 찾아 과거 모습을 복원해야 했다.

롯데웰푸드는 대표 껌 5종을 출시 당시 디자인으로 재단장하는 프로젝트를 펼친다고 5일 밝혔다. 커피껌을 비롯해 후레쉬민트·스피아민트·쥬시후레쉬·이브껌의 포장 디자인을 출시 시점과 유사하게 바꿨다. 광고는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이라는 가사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CM송을 활용해 제작했다.

농심은 지난해 짜파게티와 안성탕면의 과거 디자인을 복원한 ‘히스토리팩’을 출시했다. 안성탕면은 1982년부터 2016년까지 5가지, 짜파게티는 1984년부터 2014년까지 6가지 디자인으로 만들어 한 팩에 포장한 상품이다. 짜파게티에 올리브유가 별첨되기 시작한 1997년도 여기에 포함됐다. 1997년을 기점으로 짜파게티 포장지에는 ‘올리브별첨’이라는 글자가 들어갔다.

오뚜기는 지난해 3분카레와 3분짜장을 출시 초기인 1981년과 비슷하게 디자인해 선보였다. 뒷면의 상품 설명을 현재의 법적 표기사항에 따라 더 가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미세하게 수정하긴 했지만, 최대한 과거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했다. 조리 예시 사진 역시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원본을 그대로 사용하고 색감만 보정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역대 디자인이 사내에 보관돼있지만, 롯데처럼 자료를 찾는 데 공이 들어가는 사례도 있다. 오뚜기는 3분카레의실물 포장지를 토대로 과거 모습을 재현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디자인이 수작업으로 이뤄졌고, 설사 플로피디스크CD롬 등에 디지털로 저장이 돼있는 경우라도 실제로는 파일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신문이나 카달로그 스캔본의 광고 이미지 등을 참고하기도 있다”고 했다.

식품업계가 40~50년이 훌쩍 지난 디자인을 복원하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때로는 옛 자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일단 내놓으면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복고 마케팅은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친밀감을 쌓는 데 효과적이다. 농심의 히스토리팩을 보고 젊은 소비자들은 제품의 출시 연도와 자신의 출생년도를 비교하며 “동갑 포장지를 찾았다”며 반가워했다. 최근 레트로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과거의 포장 디자인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트렌디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레트로 마케팅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반응이 좋다”며 “소비자와 소통하며 브랜드의 역사까지 알릴 수 있어 지속적으로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