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압박 벗고 한숨 돌린 이재용… 대형 투자·M&A 공격 경영 나서나

입력 2024-02-06 04:0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시작으로 한 ‘사법 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났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80조원에 가까운 ‘현금 실탄’을 쌓아둔 만큼 대형 투자 계획이나 인수·합병(M&A) 소식으로 경영 복귀 신호탄을 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나 옛 미래전략실 부활 등 굵직한 내부 현안은 검찰의 항소 여부에 따라 추진 시점이 정해질 전망이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은 79조69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무죄 선고 이후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을 위한 밑천으로 쓰일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이 회장이 의사결정을 보류했던 글로벌 기업 M&A를 추진하는 데 막대한 현금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수감됐던 이 회장은 2021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에도 3년간 240조원이라는 초대형 투자 계획을 ‘선물 보따리’처럼 내놓은 전례가 있다. 앞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 6개월 만인 2018년 8월에도 3년간 총 180조원 신규 투자 소식을 전했다. 삼성의 대형 M&A는 2017년 9조원을 들여 산 미국 전장업체 하만이 마지막 사례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15조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 반도체 1위 공급사 자리는 인텔에 내준 데다 스마트폰 출하량도 애플에 뒤진 2위에 머물러 있는 등 삼성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이 회장뿐 아니라 주요 경영진이 검찰과 법원에 매여 있다 보니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환경이었는데 족쇄가 풀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사회에 복귀할지는 검찰의 항소 여부에 달렸다. 삼성 측은 “완벽하게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등기이사 복귀를 추진하지는 않을 분위기”라고 말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과거 미래전략실 등의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과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탄력을 받을지 관심사다. 삼성을 견제·감시하는 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의 이찬희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미래전략실의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어 삼성의 컨트롤타워 조직 복원은 이 회장의 결단만 남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요 경제단체는 이날 이 회장 무죄 선고 직후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매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일제히 환영 논평을 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